*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의 도심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봉기)’ 참가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나카무라 야스요 일본유기농업연구회 편집위원 제공
*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아오야마 공원에서 ‘레이와의 백성 잇키(봉기)’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나카무라 야스요 일본유기농업연구회 편집위원 제공
[지금 일본은] 일본 농민들의 봉기
한국농정신문 지금일본은=김기흥 아시아농업농촌연구원 원장 2025. 4. 20
지난달 30일, 일본에서는 농민들에 의한 ‘레이와의 백성 잇키(봉기)’가 도쿄를 비롯해 14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도쿄에서는 아오야마 도심 한가운데에 전국에서 올라온 30대의 트랙터와 농민·시민 약 4500명이 모였다. “먹거리와 농업을 지키자”, “모든 농민에게 소득보상을”, “시민들에게 안심하고 먹거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생활을”이라는 구호 아래 먹거리와 농업, 미래의 아이들을 지키려는 연대의 고리를 넓히기 위한 급박함으로 3개월간 준비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여름부터 쌀 부족 문제와 가격급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레이와 쌀 소동’이라고 불리는 쌀 부족 문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쌀 가격이 전년에 비해 1.5배에서 2배가량 급등했다.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주요 산지 쌀 가격은 5kg당 4만원에서 4만5000원까지 올랐다.
주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쌀 수급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지적되고 있다. 쌀 생산량이 예전 같지 않으나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쌀 소비량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쌀 관련 통계 데이터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비축미 21만톤을 방출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자국산 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쌀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여 농가는 물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당분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이와의 백성 봉기 실행위원회 대표로 야마가타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칸노 요시히데씨는 당일 출발에 앞서 “일본의 농업은 붕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마을에서 농민이 사라지고, 농민이 생산하는 작물이 사라지고, 마을 자체가 사라지려 하고 있다”면서 “그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농민이 아니다. 곤란한 것은 소비자, 국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과 소비자가 힘을 합쳐 일본의 농업을 망치는 정치를 바꾸고, 먹거리와 농업,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일본으로 바꿔 가야 한다. 오늘이 그 첫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트랙터를 끌고 올라온 농민들은 “지금 마을에 우리 같은 젊은 세대가 없다. 즐겁게 농사짓는 농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 “일본 농업의 미래는 우리가 바꿔야 한다”, “쌀 농가의 시급은 100원에 불가해 농가들의 한계치는 이미 넘은 상태”라며 농정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비자로 참가한 여성은 “조금이라도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계속해서 소비하는 것이 농업을 지켜나가는 길이라고 믿고 농가를 응원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실행위원회 측에 의하면 약 2억원에 가까운 기부금이 모였으며, 당일 취재한 언론사만 30개사가 넘었다고 한다. 농정전환을 위해 국회의 결의를 촉구하지만 정치적인 성향은 드러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향후에도 각 지역에서 먹거리와 농업을 지키기 위해 농민과 소비자, 국회 및 지방의원과의 연대와 네트워크를 넓혀 가기로 했다. 가을쯤 전국적 집회와 이벤트를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