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중도매인과 도매법인 간의 샅바싸움이 농민단체 간의 신경전으로 번지고 있다.
카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다소 진보적인 농민단체들은 지난달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동안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던 입장에서 벗어나 시장도매인 측에 무게중심을 실어줬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경매제의 경우 가격의 등락이 심해 농민들은 가격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경매제에 출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유로 들며 농민들의 출하선택권 보장을 위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과거 위탁상 제도로의 회귀라는 우려에 대해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장도매인제가 10년이 넘도록 경매제와 경쟁하며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거래투명성도 정산회사 설립을 통해 보완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이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가락동 공영도매시장 기능을 훼손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한농연은 반대 입장을 보이는 단체들을 향해 시장도매인은 자본력, 교섭력을 앞세워 특정 출하자의 특정품목을 대상으로 원하는 품질의 가격에 대해서만 선택 거래함으로써 교섭력이 약한 산지 농가들은 출하선택권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며 그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한농연은 또 국민의 혈세가 막대하게 투입된 가락동도매시장은 농산물 가격발견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이를 훼손시키고 기능을 저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 도입은 이들 농민단체들이 합세하면서 더욱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장의 한 관계자는 "농민단체들이 각 단체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 농민에게 진정으로 어떤 제도가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지금의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농민단체 주도로 토론회 등을 개최해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진정 농민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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