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은 전국 최대의 과수 주산지다. 특히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전국의 62.2%를 차지한다. 3월 발생한 영남 대형 산불로 장단기 사과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피해면적 10%?…3월 도매값 전년 대비 47%↑=경북도는 10일 기준 사과 재배면적 3401㏊에서 산불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올해 사과 재배면적(3만3113㏊)의 10.3%에 이르는 규모다. 경북도는 또한 농업용 창고 1324동, 저온저장고 459동, 유통·가공 시설 7동도 소실됐다고 설명했다. 사과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시설물이다. 경남도가 집계한 사과 피해면적은 0.16㏊다.
산지에선 피해면적이 더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한다. 권기봉 경북 남안동농협 조합장은 “불에 직접 타지 않은 과원에서도 열기와 그을음으로 사과나무 생육저하 등 2차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시장 시세는 들썩이고 있다. 3월 한달간 서울 가락시장에서 ‘후지’ 사과는 10㎏들이 상품 한상자당 평균 7만637원에 거래됐다. 평년 3월(4만8137원)과 견줘 46.7% 올랐다. 2023년산 생산량 감소로 시세가 급등했던 지난해 3월(7만1383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입량도 줄었다. 올 3월 가락시장 사과 전체 반입량은 1731t으로, 전년 3월(1755t) 대비 1.4%, 2023년 3월(3085t) 대비 43.9% 감소했다. 일부 농가·산지유통인이 단경기 가격 상승을 예상해 출하량을 조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산 수급 속단 일러…대체재·기상이 변수=농업계에선 지난해 일었던 ‘금사과’ 논란이 재현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과는 2023년 이상기상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지난해 가격이 크게 뛴 바 있다.
전남지역 산지 관계자 A씨는 “산불 발생지역 사과는 대부분 ‘후지’인 만큼 올 추석(10월6일) 이후 사과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지역 유통업계 관계자 B씨는 “불탄 과원을 재건해 정품 사과가 생산되려면 6∼8년 걸리는 상황에서 저장사과값에 이어 2025년산 햇사과값이 뛴다면 자칫 외국산 사과를 들여와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적지 않다. 가락시장 경매사 C씨는 “수박·참외·토마토 등 대체재 작황이 좋기 때문에 사과 수요가 분산돼 사과값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진 농경연 과일관측팀장은 “경북지역 과원 중 산불에 일부 소실됐거나 간접 피해를 받은 면적도 집계 피해면적에 포함됐을 수 있다”면서 “실제 전소된 면적과 피해나무 중 유목·성목 비중을 따져봐야 수급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배면적이 10% 줄어든다 하더라도 기상 호조로 단수가 10∼15% 증가하면 생산량은 비슷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지’ 일변도에서 품종 전환 계기 될 수도=중장기적으론 사과 품종이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피해지에서 신규 식재 수종으로 ‘후지’ 이외의 품종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재배적지 자체가 북상하는 현실을 고려해서다.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기준 사과 품종의 60.9%는 ‘후지'다.
신한솔 롯데마트 과일 MD는 “‘감홍’ 등 중생종이 만생종 ‘후지’보다 도매시장 경락값이 1.5배 높긴 하지만 저장성이 약해 고령농은 상대적으로 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