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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관료 주도 ‘하향식 농정’ 탈피…민관협치·국민 공감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4-12 조회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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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 전문가 30인 설문조사] 

           2025년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농업정책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최영진 기자  2025. 4. 9



    # 농정 개혁을 위한 최우선 정책

      식량자급·농지 보전계획 수립

      농업예산비중 5% 이상 확대

      청년·후계농 지원 현실화 강조

전문가 30인은 ‘농정 개혁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15개 문항 중 ‘식량자급률 목표 및 농지보전계획 법제화’(33점)를 첫 손에 꼽았다. 이어 ‘농업 예산 비중을 전체 예산의 5% 이상으로 확대’(25점)해야 한다고 봤다. 매년 줄고 있는 식량자급률과 농지 전용 우려, 전체 예산 대비 3%대에 그치는 농업 예산 비중에 대한 걱정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확대 및 후계농업인 육성 지원 현실화’(18점)와 ‘농지 임대차 제도 개편 및 농지이용증진사업 활성화’(17점)도 시급한 문제로 제시됐다. 특히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세대 전환 및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해선 경영 은퇴 개념 도입과 노후 복지 연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현행 8년 자경 농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를 실경작자에게 농지를 양도하는 경우로 변경해야 한다”고 봤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재해 보상 확대 및 농업 생산기반시설 정비’(16점)·‘농촌 주민 복지 증진 및 의료·교육·문화 등 사회 기반 개선’(15점)도 주요 정책으로 거론됐다. 사회 기반 개선과 관련해 김기흥 아시아농업농촌연구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식량주권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유기농업 확대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농업담당 수석비서관 및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권한 강화’(10점)와 ‘농업수입안정보험 등 한국형 농가 소득경영 안전망 강화’(8점)도 차기 정부가 주목할 문제로 지목됐다.

하승수 농본 대표는 “농업·농촌·농민 정책이 농림축산식품부만이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다뤄져야만, 쌓여 있는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처럼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는 등 획기적인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헌중 지역재단 이사장도 “차기 정부 5년은 농정 개선의 ‘골든타임’이라는 위기의식으로 대통령이 책임지고 진두지휘해야 한다”며 “차기정부 집권 1~2년 내 퍼포먼스가 성패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이밖에 △농업법인 활성화 및 법인 중심 공동영농 확산 지원(7점) △글로벌 복합위기 심화와 국제 통상질서 변화에 따른 농업통상 대응(7점) △농어촌주민수당 또는 농어촌기본소득 도입 법제화(7점)도 숙제로 제시됐다.
 


    # 향후 농정개혁 극복 과제

      대통령 포함 파워 엘리트그룹

      농업·농촌 무관심 극복해야

      민관 거버넌스 체계 활성화를

농정개혁을 위한 과제로는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설문에 참여한 30명의 전문가들 가운데 무려 20명(1순위)이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을 비롯한 파워 엘리트 그룹의 농업·농촌 무관심’(60점)을 택했다. 이어 ‘바뀌지 않는 농정 관료들의 의식 및 태도’(33점)가 뒤따라 나와 권력·지식층의 농업 홀대뿐만 아니라 관료의 ‘매너리즘’ 등에 대한 지적도 거셌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료·행정·중앙 중심의 하향식 농정 추진체계와 농민, 마을주민의 자치역량을 그리고 지역을 우습게 여기는 엘리트적 사고방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을공동체나 공동의 조직이 아닌 개별농가 중심으로 지원되는 보조사업 구조, 영농규모화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경쟁력 지상주의 사고가 있다”며 “농민들을 갈라치기하는 기만적인 행태, 농정철학과 방향의 부재 등이 우리 농업계 내부에서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농정 혁신을 위한 추진체계를 신설, 운영해야 한다”며 “농식품부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농정 추진TF’를 꾸리고,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현장과의 소통 등(17점)도 농정개혁을 위한 주요 과제였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농업 관련 행정·지도·사회 서비스 등의 전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며 “중앙과 지방, 민과 관의 효과적인 역할 분담과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윤병선 건국대 명예교수도 “농업 먹거리 문제는 농민, 시민사회 진영과의 협치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며 “거버넌스 활성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농정개혁 과제로 “농업소득 통계 기반 정비 및 소득세 도입”을 꼽으며 그래야 농가 경영 상황을 제대로 파악, 유사시 적절한 보상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농정개혁 위한 당부

      농식품부 주도 정책 추진 한계…사회적 연대·협력 ‘필수’

      ‘분권’ 통해 지자체 역량 강화

      농업가치 국민 전파 힘모아야

      국회도 의제 발굴 나서주길

전문가들은 농정개혁을 위한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 농업계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당부 메시지를 냈다. 무엇보다도 농식품부 중심의 정책 추진은 한계가 분명한 만큼 부처 간 협력, 지방 분권, 민관 협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소장은 “관료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가 확인된 만큼, 민관협치의 정책위원회에서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며 “공간계획과 삶의 질로 대변되는 농촌 영역에선 행정안전부와의 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홍상 이사장은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 중심의 농정 수립을 위한 행정과 재정 분권이 추진돼야 하며 이들의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 재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즉 행정에는 농촌 주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경청하는 자세와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농업 가치를 바로보고 전파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기흥 원장은 “농업·농촌이 왜 지켜져야 하는지, 식량이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한 정부의 철학 부재가 결과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농정예산은 물론 농정실책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도시민도 함께하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추진 등 ‘전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도 “고령화와 인구감소, 농업비중 축소 등으로 인해 농업·농촌·농민 문제가 전체 국가정책과 연동되지 않고 개별적인 접근과 단기과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됐다”며 “결국 국민적 이슈로 확장되지 못하고, 농업계 내부의 문제로 축소되거나 사회적 관심과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연대와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식량안보와 농지보전, 청년농 육성 등 주요 농정 목표 설정도 강조됐다. 김호 단국대 교수는 “농정의 핵심 사업은 식량안보 확보, 농지보전,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 대책, 청년농 육성, 농산물가격안정법 제정, 필수농자재 지원법 제정, WTO 재협상, 여성농민(농업인) 기본권 실현 등”이라면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개발 및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쟁 지양과 의제 발굴 등 국회 역할론도 거셌다. 김홍상 이사장은 “선거에 도움 되는 민원성 과제만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과제를 체계적으로 발굴, 논의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민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파워엘리트 그룹의 농업·농촌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고 짚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 농정 추진의 핵심 법적 기반인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정책 방향만 제시하는 규범적 성격에 그치면 안 된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정책 시행의 중요한 핵심적 요소를 포함하도록 함으로써 농정 추진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농업인과 전문가들에게도 당부의 말이 나왔다. 강마야 연구위원은 “농업인 간 서로 끊임없는 공부와 학습, 토론 등으로 깨어있고, 조직된 힘을 갖춰나가면 좋겠다”면서 “전문가들도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허선진 중앙대 교수도 “농업계가 너무 노쇠한 것은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라면서 “젊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전문가들도 정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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