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무 등 주요 농산물 산지가 조용하다. 예년 이맘때면 여름·가을 물량에 대한 계약을 위해 분주히 돌아갈 산지 움직임이 작년 말과 올해 초 등 근래 들어선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2년여 이어진 저시세에 계약할 자금 마련 안돼
여름·가을철 물량 계약 조용
농가 “파종할 수 있을까” 걱정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에 따르면 12월과 1월은 주 작목의 출하가 이뤄지는 남부 지역을 제외하곤 여름철과 가을철 물량을 위한 계약재배가 한창인 시즌이다. 특히 배추와 무 등 산지거래(포전거래)가 일반적인 출하형태인 작목의 경우 이 시기가 사실상 한해 농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 12월부터 1월까지 주 계약이 맺어지고 이후 파종부터 재배, 수확, 출하까지 연차적인 행보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이런 흐름이 시작부터 깨지고 있다. 2013년 이후 저시세가 계속됐고, 현재 월동물량까지도 시세 회복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소위 ‘계약할 돈’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배추와 무를 유통하는 산지유통인 정 모 씨는 “현재 나오고 있는 해남이나 진도 물량도 운임 경비밖에 건질 수 없어 제대로 유통을 하지 못할 정도”라며 “2013년부터 현재 월동물량까지 저시세가 이어지면서 자본이 없고, 또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어 계약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덧붙여 “강원도 무를 예로 들자면 올 9월에 나올 물량의 계약이 12월을 중심으로 해 올 1월까지 대부분 마무리돼야 하는데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들 역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계약 위주의 거래 방식이 고착화 돼 있는 작목들의 경우 계약을 하지 않은 채 파종할 시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가들 중엔 재배품목을 전환하거나 미루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계약을 하지 않는 불안감을 안고 한해 농사를 계획하고 있는 농가들도 상당수다.
준고랭지인 강원도 횡성의 한 배추농가는 “계약을 안 하고 우리가 농사해서 출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트럭으로 운반하는 등 출하형태가 대형화돼 있는 배추는 그렇지 못한 것이 구조적인 한계”라며 “현재 계약이 활발히 전개돼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려야 하는데 산지가 너무 썰렁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단 그는 “좀 더 지켜보기는 해야 한다. 시세동향 등을 파악하고 눈치를 보다 막판에 가서 일시에 계약을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소위 거상들에 의해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입장에선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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