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농가 "식량자급률 30%도 안되는데 왜 가격 폭락하나" 문제 제기
막무가내 fta로 수입 걱정, 빗나간 수급대책·오락가락 관측 지적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잖아요. 콩을 예로 들어볼까요. 매년 10명 중 1명만 국산콩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생산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런 귀한 콩 값이 어떻게 폭락할 수 있나요.”
한해가 마무리돼 가고 있지만 세밑을 보내는 농가들은 올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2년째 이어져오는 농산물 바닥세 여파가 산지에 엄습하며 가을까지 수확이 끝났어야 할 배추와 무는 한 겨울에도 눈을 맞으며 밭에서 썩어가고 있고, 콩과 옥수수는 제대로 된 탈곡도 하지 못한 채 가축들의 여물이 되고 있다.
농가들의 겨울나기를 들어보기 위해 세밑에 찾은 강원도 정선의 고랭지 산지. 이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30%도 되지 않는 식량자급률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국내 농산물 값이 폭락하는 것은 있어서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현상”이라는 성토를 쏟아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지난해를 넘어 올해 내내 계속됐고,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배추와 무의 경우 지난해 8월 이후 계속해서 저시세에 갇혀 있고, 주 소비시즌인 김장시즌을 지나 현재 월동배추까지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 품목뿐만 아니라 사과와 배, 단감, 감귤 등 과일류와 콩, 감자, 옥수수, 대파, 양파 등 채소류에 화훼까지 대부분의 작목이 일년 내내 낮은 시세로 신음하고 있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물씬 풍겨야 할 연말이지만 재배현장에선 을미년 새해 역시 희망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앞서나올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일부에선 올해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침체에 대형사고로 인한 행사축소 영향까지 겹친 여파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농가들은 이보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수입산이 이러한 현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농가들은 밝히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위주로 진행되는 물가정책, 산지유통인 등을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농산물 유통시스템, 소농을 배제하는 농정시책, 신뢰할 수 없는 관측정보를 비롯한 부정확한 통계, 외관위주로 진행되는 일관성 없는 농산물 평가 등 여러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부연설명이다.
한해 끄트머리, 산지에서 만난 농가들은 배추와 무, 양배추 등 고랭지 지역 대표품목을 비롯해 콩, 도라지, 더덕, 사과 등 다양한 작목을 재배했다. 40년이 넘는 경력에서부터 귀농7년차를 맞는 이들까지 농가들의 경력 역시 다양했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이들과의 만남은 한 목소리로 귀결됐다. 어느 작목을 하던 어렵기는 매한가지고, 경력의 길고 짧음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농업현실에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에 농가들은 “이제는 정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적어도 생산비 이상을 건질 수 있는 최저가격보장, 농산물 재해보상에 대한 합리적인 시스템 마련 등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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