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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발족식. 비상행동은 1500여개 단체로 출범해 현재 1700여개 단체로 확장했으며 밀도 있는 토론을 통해 11개 분야의 사회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농업·먹거리 분야에선 ‘식량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 소위원회가 ‘4대 목표 10대 과제’를 도출했으며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정선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승호 기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제안하는
농업·먹거리 분야 ‘4대 목표 10대 과제’ 살펴보기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3. 30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민주시민들이 매일같이 치열한 투쟁을 거듭하는 건 단지 윤 대통령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외치는 ‘파면’ 구호의 이면엔 지난 3년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이뤄진 ‘정의와 가치의 퇴행’을 바로잡고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계엄내란 사태 일주일여 뒤였던 지난해 12월 11일, 1700여 시민단체가 모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라는 매머드급 연합체를 출범했다. 비상행동은 사회대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11개 분야별 소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 탄핵 이후 추진해야 할 구체적 개혁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토론을 전개했고, 지난달 하순 그 윤곽을 완성했다.
농업·농촌 분야에도 ‘식량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 소위원회를 통해 ‘4대 목표 10대 과제’를 도출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에 즈음해 그 내용을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4대 목표는 각각 농업·먹거리·지역·협치 분야의 개혁 의지를 담았으며 지면엔 이를 위한 10대 과제의 개요를 소개한다.
①국가책임농정 실현
기후위기 심화로 식량 생산·공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농업에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양곡법·농안법·재해대책법·재해보험법 등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던 ‘농업 4법’ 개정을 기본으로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 농어업기후적응기금 설치, 농업 인력수급 공공성 강화 등 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다.
②지속가능한 농업
1번 과제와 연결되는 내용으로, 농업 생산분야에서 자체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다. 친환경·생태농업 전면화, 지역농산물 농민가공 지원법 제정, 가축 사육두수 총량제 도입 등 논의는 진작부터 있었으되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던 담론들에 실천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③농업 주체의 지위 향상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제도·행정체계 개선과 청장년 농민 육성체계 강화가 핵심이며, 농지조사특별법·농지임대차보호법 제정을 통한 경자유전 실현과 농지 공공성 강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농업·농촌이 사회적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④농민기본법 제정
식량자급률 상향과 이를 위한 농지 보존·관리, 농민 소득 보장 등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명기한 법이다. 기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대체하면서 국가의 책임과 농민의 권리를 한층 확실히 하는 성격을 띤다. 정부 농업정책의 관점을 뿌리부터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⑤먹거리기본법 제정
농민기본법과 함께 가장 근본적인 성격을 띠는 과제다. 먹거리와 관련해 기본권, 평등, 민주화, 정의, 그리고 생산자로서 농민의 권리를 담아내는 법이며, 국가와 지자체의 먹거리 종합전략 수립·시행을 의무화한다.
⑥생애주기 먹거리 돌봄·교육
학교·군대·공공기관 등 공적 영역에서 생애주기별 먹거리 보장과 식재료 기준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공공성 강화와 친환경농업 확대 기조를 담고 있고, GMO완전표시제 도입 역시 구체적 과제로 명기했다.
⑦농어촌 주민 기본소득 보장
‘농어촌기본소득’ 또는 ‘농어촌주민수당’ 도입이 골자다. 지역의 소멸위기는 국가 지속가능성의 위기며 이는 부처를 막론한 중요 국정 과제다. 소멸위기 시군의 면지역부터 월 30만원 정도 실행 가능한 규모의 기본적 소득보장제를 도입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⑧농어촌 사회서비스 확충
의료·교통·교육·주거·문화·공동체 등 읍면 단위에서 생활하기 위한 기본적 사회서비스를 보장하고자 마련한 과제다. 협동조합·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육성·지원, 그리고 지역 특수성을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지자체 자율성 확대도 과제에 포함돼 있다.
⑨읍면동 주민자치제 도입
지방자치 강화는 민주사회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이 과제는 지방자치법 개정 또는 주민자치기본법 제정을 통한 주민자치회 제도화 및 권한·예산 보장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읍면동 단위의 주민 자치조직을 육성·지원하며,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개정해 산업단지·유해시설로 인한 농지·환경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제안도 들어 있다.
⑩농정 민주주의 실현
유명무실한 채로 방치된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위)를 정상 활용하기 위해선 농어업위에 정책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대통령과 농정 문제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실 농정 담당 수석비서관을 배치하고 국무총리실에도 같은 구조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농정 관련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재편·혁신하고 책임 있는 자치농정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비상행동은 농업분야 10대 과제와 별개로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농촌 전통문화 보전, 여성농민 지위 향상, 농민 주체성 보장 등을 담아내자는 개헌 과제도 별도로 덧붙이고 있다.
다만 이 과제들이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농업·먹거리운동 진영은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농업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를 출범하고 이 10대 과제를 넘겨받아 조율·구체화할 계획이다. 지역별 토론회와 국회 대토론회로 충분한 조정 과정을 거쳐 대선에서 정치권에 과제를 던질 예정이며 새 정권 출범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실천을 감시·조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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