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농·축협 전·현직 조합장들이 2023년 11월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22대 국회 농협법 개정안, 무엇이 준비되고 있을까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5. 3. 30
22대 국회에서의「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개정 논의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3월 말까지 발의된 15건의 농협법 개정안 중엔 ‘종합선물세트’처럼 각종 개혁과제를 꾹꾹 눌러 담은 개정안이 있는가 하면, 개별 과제 하나만을 골라 준비한 개정안도 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개정안의 대표사례로, 지난해 6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윤 의원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지역농협에 내부통제기준을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두도록 규정 △지역농협 조합장 선출방식을 조합원 직접 투표로 일원화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까지로 제한 △도시농협 대상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 부과 △농협중앙회 임원후보자의 공개모집 및 의사록 작성 의무화 등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 운영 방식 개선 △농협 계열사 대상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 최소 2.5%에서 5%로 상향 등이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지난 2023~2024년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의 농협법 개정안에서 사실상 ‘본인부터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셀프연임)’ 내용만 뺐다. 흥미로운 점은 셀프연임 내용을 제외하면 이 전 회장이 밀었던 농협법 개정안과 상당히 유사한 법안이건만, 현재 농협중앙회는 윤 의원의 개정안 내용 대부분에 반대의사를 표명한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 조직의 ‘자율성’ 담보 차원에서 비상임조합장 연임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 공개모집에 대해서도 ‘운영 자율성 보장’ 등의 이유로 반대한다.
한편, 이병진 의원이 준비 중인 농협법 개정안도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아직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공식 발의되진 않았으나, 핵심 내용 정리는 진행된 상태다.
이 의원이 준비하는 농협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준조합원 가입 요건 중 ‘구역 내 주소·거소 보유’를 삭제해 농협 사업 이용 가능 대상의 확대 △농축협에서 제명된 조합원뿐 아니라 임의탈퇴한 조합원도 2년간 가입 제한 △지역농협 내부통제기준 및 준법감시인 제도 도입 △비상임조합장 연임 2회까지로 제한 △축산업 경영주 외에도 ‘축산업 종사 농업인’의 지역축협 조합원 가입 허용(여성·후계축산인 조합참여 활성화 목적) △농협중앙회장 연임 1회 허용 △도시농협 대상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 부과 등이다.
준조합원 가입 요건 완화 내용의 경우, 농촌 소멸위기 심화 속에서 농협 경영위기도 심화하는 만큼 농협 사업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늘려 농협의 안정적 경영 기반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다만, 준조합원 가입 요건 완화 시 준조합원 확대를 위한 지역농협들의 과도한 경쟁 및 갈등이 빈발할 가능성, 농민 이외 조합원의 대거 가입에 따른 농협 정체성의 혼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이 의원 개정안 내용 중 ‘도시농협 대상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 부과’와 ‘비상임조합장 연임제한’은 윤준병 의원 개정안에도 담겼다. 반면 이 의원은 윤 의원과 달리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 의원 측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대상이 강호동 현 회장부터인지, 또는 차기 회장부터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두 가지 가능성 다 열려 있다는 것이다.
서필상 전 농민조합원없는 중앙회장연임제 도입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2023~2024년 농민·시민사회단체가 힘을 합쳐 겨우 이성희 전 회장의 셀프연임 법안을 저지했는데, 또다시 민주당에서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법안이 준비 중인 상황이 심히 우려스럽다”며 “다시금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로비가 진행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밖의 농협법 개정안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우선 이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의 ‘준조합원 가입 요건 완화’와 마찬가지로, 악화하는 농업·농촌 현실에 발맞춰 농협 운영 과정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자는 법안들이 있다. 예컨대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20일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의 경우, 지역농축협 및 품목조합의 설립 인가에 필요한 설립동의자 수(현행법상 지역조합 1000명 이상, 품목조합 200명 이상)를 줄이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1000명인 설립동의자 수를 500명으로 하향 조정해, 변화하는 농촌 현실에 맞게 설립 기준도 완화하자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축협, 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 등의 통제기준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개정안들도 눈에 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현재 조공법인에 외부 회계감사 등 외부통제기능이 없어 조합 부실사태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므로 외부 회계감사를 도입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또한, 지난 21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업전담 대표이사·이사·감사위원·조합감사위원장 등을 의결하게 하는 내용, 회의의 심의·의결 내용이 기록된 회의록 작성 의무화, 국회에서 요구 시 지체없이 회의록을 제출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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