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가 29일 경북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29일 현장 보존 마쳐
다음 주 관계기관 합동 감식
농민신문 권나연 기자 2025. 3. 30
경북지역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26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경북 산불’의 용의자가 불구속 입건됐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다가 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를 받는 A씨(5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22일 오전 11시24분께 화재가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당초 A씨는 119에 직접 신고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초 신고자는 A씨의 딸로 확인됐다. 119상황실에 전화를 건 A씨의 딸은 “불이 나서 산소가 다 타고 있다”며 “저희 아빠랑 왔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 A씨를 비롯해 A씨의 아내와 딸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A씨의 딸은 안평파출소장에게 기초 사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봉분에 있는) 나무를 꺾으려 했는데 안 꺾여서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과학수사계는 29일 현장 보존 조치를 마친 상태다. 경찰은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조율해 이르면 내주 중 합동 감식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산불은 건조한 대기와 높은 기온, 강풍의 영향으로 의성을 넘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산불 진화에 투입됐던 헬기 조종사와 산불감시원, 주민 등 26명이 사망했다.
문화유산과 주택 피해도 심각하다. 신라 신문왕 시절 지어져 약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의성 고운사가 전소됐고, 조선 후기에 세워진 정자인 안동 길안면 약계정이 잿더미가 됐다. 청송에서는 경북 민속문화유산인 기곡재사, 문화유산자료인 병보재사가 불에 탔다. 재사는 조상의 묘소를 수호하고 시제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이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도 많다. 산과 인접한 농촌지역은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해버린 곳도 많다. 불에 탄 유형문화유산과 주택·공장 등은 4000여채로 추산된다. 산불영향구역은 4만5157㏊로 여의도 면적 156배로 조사됐다.
다만 산불이 발화한 22일 의성에서는 안평면 괴산리 외에도 안계면 용기리와 금성면 청로리에서도 산불이 발화했다는 각각 다른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산림 당국은 두 산불이 안평면 괴산리 산불과는 별개라고 알려 수사기관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성면 청로리 산불은 22일 오후 1시57분에 접수됐으며, 안계면 용기리 산불 신고 시각은 22일 오후 2시46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초 사실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에 피의자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
[농민신문] 나이 들어도 돈 쓸 곳 많은데…55세 이상 33% ‘최저임금 못 받아’ 
[농민신문] 정부, 산불 피해 복구 등에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 추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