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환경단체는 미국 심플로트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 수입 절차가 최종 완료되면 그간 불가능했던 국내 LMO 개발에 대한 논의도 재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GMO완전표시제’ 미도입 등으로 LMO‧GMO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먹거리 알권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전자변형체에 대한 사각지대만 자칫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환경단체가 특히 우려하는 지점은 유전자교정생물체(GEO)다. GEO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 DNA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LMO‧GMO는 이형체간 유전자를 주입한다면, GEO는 동체간 유전자를 편집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LMO‧GMO는 사과와 배의 DNA를 섞는다면, GEO는 사과끼리 DNA를 더하고 빼는 식이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업계에선 GEO를 ‘LMO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행육종 산물과도 유전학적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GEO는 유전자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LMO‧GMO처럼 개발이 불가능하다.
바이오 업계의 요구는 지난해 9월 최수진 국민의힘(비례) 의원이 발의한 ‘LMO법’ 개정안에도 담겼다. 최 의원은 “GEO를 ‘LMO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첨단바이오산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GEO를 LMO‧GMO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GEO는 LMO‧GMO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시민‧환경단체는 이 같은 상황에서 LMO 감자 수입으로 인해 먹거리 알권리만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바이오 업체들은 앞으로 역차별을 주장하며 ‘GEO’에 대한 개발을 허용해 달라고 공세를 펼칠 공산이 크다”며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GMO완전표시제’조차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빈틈만 더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지난해 10월 게재한 인식현황 결과에 따르면 71.9%가 현행 표시제를 예외 없이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고창) 의원 등이 GMO완전표시제를 담아 대표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식품기업 등의 반대에 가로막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 위원장은 “바이오 업계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GEO는 LMO와 GMO가 아니므로, GMO완전표시제가 도입되더라도 ‘깜깜이’일 수밖에 없다”며 “일단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서두르고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GEO에 대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현 체계로는 개발된 농산물이 GEO로 만들어졌는지 전통육종으로 만들어졌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서 “GEO 기술이 허가되면 안전성 등과 별개로 먹거리 알권리와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