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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제주 양배추 산지폐기 현장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12-16 조회 4282
첨부파일 양배추산지폐기.jpg
“생산비도 못건져…갈아엎을 수밖에”

작년이어 올해도 폐기나서
807농가 618㏊ 신청…목표 2배
대체작목 못찾아 과잉 악순환…종합적 수급안정책 마련 호소

“생산비도 나오지 않는데 갈아엎을 수밖에요. 마음이 아프지만 더 키워봤자 손해가 커질 것이고 어쩔 수 없어요.”

 양배추 산지폐기가 한창 진행중인 9~11일. 양배추 주산지인 애월에서 만난 농가들은 말을 피했다. 속타는 심정을 알기에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9일 2508㎡(760평)의 양배추밭을 폐기한 김옥성씨(애월읍 곽지리)도 무참히 파헤쳐지는 양배추를 말없이 바라만 봤다. 양배추를 재배하며 보낸 많은 시간과 정성은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고 잘려나갔다.

 제주 양배추 농가들이 2년 연속 정성껏 키운 양배추를 갈아엎었다. 

 제주도와 제주농협지역본부는 과잉생산 우려가 높은 양배추의 수급안정을 위해 22억5000만원을 들여 양배추밭 300㏊, 물량으로는 1만9000여t의 양배추를 시장격리하기로 하고 9일부터 산지폐기에 들어갔다. 재배 신고를 한 농가에게는 3.3㎡(한평)당 2500원, 신고하지 않은 농가에게는 2000원을 지원한다. 제주도는 지난해에도 10억400만원을 들여 양배추밭 172㏊를 산지폐기했다. 

 생산량 증가 요인은 자연재해가 없고 생육기간중 기상여건이 너무 좋았던 탓이다. 이 결과 올해 제주산 겨울 양배추는 3143농가가 1931㏊의 농경지에서 11만9700t이 생산될 것으로 관측됐다. 산지폐기가 있었던 지난해보다 면적은 7.3%, 생산량은 2.4% 각각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제주농협은 선제적으로 산지폐기에 들어가기로 하고 시장격리사업 신청을 받았다. 접수 결과 807농가에서 618㏊가 신청됐다. 이는 목표면적 300㏊보다 두배 이상 많고 제주 양배추 재배면적의 32%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신청농가 807명은 전체 재배농가 2109명의 38.3%를 차지한다.

 신청면적이 초과되자 도와 제주농협은 신청농가의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300㏊를 배정하고 산지폐기에 들어갔다.

 산지폐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산지폐기 소식이 알려지자 산지상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양배추 가격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8㎏ 한망 기준)은 4200원대로 11월 하순의 3670원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눈이 많이 내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동훈 애월농협 과장은 “최근의 가격상승은 산지폐기 영향도 있겠지만 눈이 오면서 수확작업이 원활치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하희찬 애월농협 조합장은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는 상황에서 과잉생산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산지폐기를 실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제주 월동채소를 종합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오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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