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초기진화 실패 원인
초속 10ｍ 강풍·건조 날씨 지속
전국 동시다발로 헬기자원 부족
기간제·고령 인력 전문성 떨어져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3. 28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잡히지 않고 안동·영양·영덕 등 경북 북부지역의 시·군으로 확산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초기 진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산불 발생 시점부터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기상여건이 나빴고 진화 장비·인력 역시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의성 산불 전체 화선 279㎞ 가운데 87㎞(26일 오전 9시 기준)에서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산림청과 관계기관이 헬기 74대, 인력 3708명, 차량 530대 등 가용 가능한 진화 자원을 총동원했지만 진화율은 68%에 머물렀다. 산불영향구역은 15만5185㏊로 추정됐다.
재난당국의 진화 노력에도 산불이 잡히지 않은 건 진화에 불리한 기상여건 탓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성 산불 발생 초기부터 초속 10m가 넘는 강한 바람과 극도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됐다. 25일엔 경북 북부지역에 강풍 특보가 내려졌다. 그렇다 보니 남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마른 낙엽과 나무로 옮겨붙으면서 진화 속도가 산불 확산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6일 오전 ‘산불 방지 대국민 담화문’에서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직접적인 이유는 간밤 내내 거센 바람이 강풍 특보 수준으로 몰아친 데 있다”고 말했다.
진화의 핵심 수단인 헬기도 산불을 조기에 잡기엔 부족했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인데, 이중 산불 진화의 주력은 한번에 3000ℓ 이상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대형 기종인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 29대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품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8대의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도 전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에 헬기가 분산 투입되며 한곳에 집중적인 공중 살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 임차 헬기도 상당수는 담수량 1000∼2700ℓ 규모의 중소형 기종이었고, 군이 지원한 헬기 중에서도 초대형은 소수에 그쳤다. 대형산불로 시계가 불량하고 이번처럼 강풍이 불 경우 중소형 헬기는 투입 자체가 제한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3일 “군에서 헬기 13대를 보내줬지만 물을 800ℓ 싣고와서 불을 끄기에 역부족하다”면서 “초반에 2만∼3만ℓ 이상 소화 가능한 수송기를 동원해야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산불 진화 인력문제도 꾸준히 지적된다. 현재 산불 진화 정예 인력이라고 할 만한 건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 500여명이 전부다. 소방당국의 인력은 주로 산림보다 마을 건물 등의 불을 진화하는 데 투입된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운용하는 9600명 규모의 산불진화대원이 있긴 하지만 산불위험기간에 기간제로 채용하는 데다 대부분 지역의 고령주민을 뽑는 구조여서 산불 진화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주요 역할은 잔불 감시와 산불 예방 등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하려면 진화에 특화된 산림청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 등 전문인력을 정예화하고 더 늘려야 한다”면서 “산불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선진 진화 장비 도입과 전문인력 확충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각 시·도는 산불 진화용 헬기 및 소방장비 확충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지역 차원의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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