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송옥주(경기 화성갑, 왼쪽 두번째)·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 의원이 24일 GMO반대전국행동 등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개최한 ‘GMO 감자 수입 승인 반대 기자회견’에서 송 의원이 미국의 통상 압력에 따른 감자 수입 승인 절차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송옥주 의원실
농진청 판정, 통보시점탓 논란
산업부 장관 ‘방미 선물’ 의혹
송옥주 의원 “통상압력 밀렸나”
농업계, 타 LMO도 영향 우려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5. 3. 25
정부가 7년간 끌어온 미국산 ‘번식 가능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의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에서 최근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요한 통상 압박에 떠밀려 비관세장벽을 스스로 허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농촌진흥청은 2018년 4월 접수된 미국 심플로트사의 LMO 감자(SPS-Y9) 작물재배환경 영향을 평가한 결과 올 2월 ‘적합’ 판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식용 LMO 농산물이 국내로 들어오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심사와 농진청·국립수산과학원·국립생태원 등 3개 기관의 환경 위해성 협의심사를 거쳐야 한다. SPS-Y9은 수산과학원과 생태원으로부터 2018년·2020년 각각 ‘적합’ ‘조건부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식약처의 안전성 심사만 통과하면 국내 유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심사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상 7년간 중단됐던 절차가 갑자기 완료된 배경을 석연찮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농진청이 식약처에 심사 결과를 통보한 시점은 2월17일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2월26∼28일)하기 직전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시행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를 만나 관세 면제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 장관이 방미길에 ‘LMO 감자 수입 승인’을 선물로 들고 간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년간 환경 위해성 심사 결과서 제출을 보류하며 국내 종자·식량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던 농진청이 올 2월 안 장관 방미에 맞춰 신속하게 결과서를 제출했다”며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에 밀려 농식품분야 비관세장벽을 허무는 데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매년 발행하는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우리나라의 LMO 수입 승인 절차를 대표적 비관세장벽으로 꼽아왔다. 미국 바이오산업협회(BIO)와 대두협회(USSEC) 등 관련 업계도 “한국의 특별 규제 조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입법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자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업계는 이번 조치로 LMO 감자뿐 아니라 다른 품목의 LMO 수입 승인 절차까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LMO 콩·옥수수·면화 등 재배면적은 7159만㏊로 전세계 재배면적(1억9000만㏊)의 37.6%에 달한다. 이달 13일 기준 식약처에 접수된 LMO 농산물 안전성 심사 신청 건수는 260건으로, 이 중 31건은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SPS-Y9 심사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상관없이 관련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LMO 심사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해 과학적 절차에 따라 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농식품분야 비관세장벽을 완화하는 시나리오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을 이유로 막아왔던 ‘소 등 반추동물의 단백질 성분이 포함된 반려동물 사료’ 수입을 허용한 최근 조치 역시 지난해 NTE에 지목된 비관세장벽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송 의원은 “광우병을 이유로 2011년부터 1200여건에 걸쳐 소 등 반추동물의 단백질이 검출된 사료의 수입을 금지해온 농식품부가 2월 이런 수입 제한 조치를 없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농업의 장래가 걸린 먹거리 안전망을 국회 보고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허술하게 해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연일 상호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엔 무역 적자국을 향해 ‘더티 15’(지저분한 15개국)라고 부르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더티 15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언급한 개념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국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 적자국 가운데 8위를 기록해 더티 15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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