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4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이 대부분 실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산불이 확산되기 좋은 기상 악조건까지 더해져 진화 작업이 난항을 겪고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
◆축구장 1만4822개 면적의 산림 사라져=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1~24일 산불 발생건수는 53건으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규모는 사망자 4명, 부상자 10명이다.
피해면적은 공인 축구장 1만4822개를 합친 수준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1일 경남 산청(1553㏊)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22일 경북 의성(8490㏊), 울산 울주(404㏊), 경남 김해(97㏊), 23일 충북 옥천(39㏊)에서 총 1만583㏊ 넓이의 산림이 불에 탔다. 피해면적 기준시점은 24일 오후 6시다.
또한 24일 낮 12시 기준 주택·창고·사찰·공장 등 건물 162곳이 불에 타거나 그을었다. 이재민은 1485세대 2742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504세대 689명은 귀가했으나 나머지는 아직 대피소에 있다.
산림청과 소방청은 소방헬기 120대와 인력 8819명을 대거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 등으로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의성 60%, 산청 85%, 울주 83%, 김해 97%다. 옥천은 23일 발생 당일 진화를 완료했다.
◆원인은 예초기? 성묘객 실화?=산불은 개인의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A씨가 잡초 제거를 위해 작동한 예초기에서 불씨가 튀며 발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성과 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각각 성묘객과 농막 용접 작업자의 실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에서 나타난 대형 산불들이 당국 조사 결과 개인의 실화로 밝혀지면 실화자들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과실로 인해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자기 산림에 불을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에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강풍에다 건조한 대기가 불쏘시개 역할=강풍과 더불어 평년보다 적었던 강수량, 봄철 건조한 대기 등 기상 여건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10㎜의 강수량은 46시간 동안 산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18∼19일 폭설이 내린 강원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10㎜ 미만이었다. 더욱이 주말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3∼8℃ 높은 14∼22℃여서 산불위험지수는 ‘높음’이었다.
기상청은 전국에 봄비가 예고된 27일까지 고온 건조한 서풍이 동해안 일대에 계속 불 것으로 전망했다. 경북 전역과 강원·충청·전남·경남·제주 등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도 발효됐다. 나무 등의 메마른 정도를 뜻하는 ‘실효습도’가 낮아 큰불이 나기 쉬울 때 건조 주의보·경보가 발령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27일 비가 내리면 상황이 좀 나아질 수 있으나 대부분의 비가 서쪽에 내리면 동해안지역은 곧바로 건조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