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열흘만 미뤄달라”던 생산자단체 요구를 묵살한 채 정부가 들여온 WTO 저율관세할당(TRQ) 양파가 지난 13일부터 정부 비축물량과 함께 유통되고 있다. 물량 방출과 동시에 일시적으로 시장가격은 떨어졌지만 하락한 시세를 며칠 유지하지도 못한 채 곧장 가격은 다시 올라 현재는 TRQ 물량 도입의 효과를 논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세를 살펴보면, 지난 7일 상품 1kg 기준 2116원이던 양파 가격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13일 1444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고 18일 평균가격은 1840원, 19일엔 1801원으로 연일 1800원대를 유지 중인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비축물량 방출과 함께 TRQ 수입 양파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고, 조생양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27일 이전에 2만여톤의 TRQ 물량 전부를 시장에 풀 방침이다. 이후 양파 생산 농민을 고려해 추가적인 수입은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혔지만, 비축물량 1000톤가량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정책수단으로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 전했다.
하지만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TRQ 양파가 유통되고 있지만, 시장에 들어가는 양이 많지 않아 사실상 정부가 의도한 시장가격 하락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13일 무렵 양파가격이 이전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 또한 수입과 비축물량 등 시장 반입물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정부가 20만톤의 TRQ 양파를 풀겠다고 공언하자 저장업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해서 그런 거다”라며 “재고량이 많지 않고 3월 이후 학교 등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과 추가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아마 조생양파 출하 전까지는 지금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최근 제주와 전남 등 주산지 대부분의 지역에 눈이 내려 기후 영향으로 인한 작업 지연 여파가 크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수확 작업이 미뤄지는 만큼 조생양파 출하 후반기로 갈수록 홍수 출하 및 그로 인한 가격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