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됐던 ‘세종시 한글빵’. ‘100% 세종 쌀과 조치원 복숭아’로 만들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그리스·중국산 복숭아와 외국산 쌀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밝혀져 제조업체 대표가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세종시 누리집
‘세종시 한글빵’ 업체 검찰 송치
외국산 복숭아·쌀로 제조·판매
정부 지원도 받아 농가들 ‘분통’
“원산지 단속강화·재발방지 촉구”
농민신문 세종시=김민지 기자 2025. 3. 18
“소비자에게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 농가들이 애써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는 등 지역쌀을 철저히 관리했는데 분통 터지죠.”
‘100% 세종 쌀과 조치원 복숭아로 만든 건강한 쌀빵’이라는 점을 내세워 세종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됐던 ‘세종시 한글빵’의 제조업체 대표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지역농가들의 노력을 악용한 셈이라며 농민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은 지난해 9월 해당 빵 제조업체와 원료 구입처 등을 압수수색 한 결과 업체는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9개월간 그리스·중국산 복숭아와 외국산 쌀을 주원료로 빵을 제조·판매한 것을 적발했다. 이 기간 해당 제품 판매액은 6억2000만원 상당(위반 제품 24만8448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관원은 이달 해당 업체 대표를 검찰에 넘겼다.
농관원 관계자는 “모니터링 요원과 단속 공무원 등 모두 30여명이 지역농산물 통신판매 현황을 살핀 다음 국산을 썼다고 표시한 업체, 또 이를 적극 홍보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원산지 단속을 펼치고 있다”면서 “세종시 한글빵도 100% 국산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홍보해 자연스럽게 단속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적발된 업체의 빵은 세종시 특색에 맞게 한글 모양으로 제작됐고, 지역농산물만 썼다는 점을 인정받아 2023년 3월 세종시 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됐다. 이 업체는 세종시로부터 한글빵 고급화를 위한 기술 개발 등에 90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8월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세종시 착한가게 700호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세종시 금남면에서 8㏊(2만4200평) 규모로 쌀을 재배하는 김명성씨(64)는 “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종종 봐왔지만, 이번에는 외국산을 쓰면서 각종 정부 지원까지 받고 세종시 대표 기념품으로서 소비자에게 신뢰까지 얻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다”며 “묵묵히 고품질 쌀을 생산하려 노력한 농민들은 뭐가 되냐”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업체 대표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역산 복숭아와 쌀을 소량 구입해 업체에 진열하고, 위반 물량을 축소하고자 거래처에 자료 축소를 요청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뒤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신상철 세종시 세종강남농협 조합장은 “2023년경 우리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해당 업체에 두번 정도 쌀을 공급한 적 있는데 이후엔 거래가 끊겨 안 그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다른 거래처를 찾았겠거니 했는데 외국산을 사용했다고 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농업계에서는 농산물 가공품에 대한 원산지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향기부제 답례품에 대해선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조합장은 “고향기부제 답례품은 기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지역을 홍보하는 제품인 만큼 더이상 기부자와 소비자, 농민을 기만하는 ‘원산지표시법’ 위반 사례가 나오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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