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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양파 캘 때 됐는데 2만톤 수입 말이 되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5-03-16 조회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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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12일 정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기자회견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5. 3. 14



 “이제 양파 캘 때가 됐는데 수입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12일 오전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 조용하던 청사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들려오는 말소리의 억양은 제각각이었지만 내용은 같았다. 정부가 2월부터 추진 중인 양파 수입의 부당함을 토로하는 것이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12일,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인 양파 농가 50여명과 정부의 양파 수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창 양파 수확 및 수확 준비에 일손을 보태도 모자랄 시기, 양파 수입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
 


  # 열흘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정부, 소비자 물가에 초점 두고 ‘일방통행’

정부는 2월 11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친 수입권공매 입찰을 통해 총 1만240톤 규모의 WTO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도입을 추진했다. 이미 일부 물량이 국내로 들어온 상태. 이어 지난 7일에는 1만645톤의 TRQ 양파 추가 수입을 위해 3차 WTO 양파 수입권공매 입찰을 공고했다. 지난해 말까지 1kg(상품)당 1200원대를 유지하던 양파 도매가격이 이달에는 2000원대까지 오르는 등 가격 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4년산 양파 재고량이 전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저장 양파 감모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장성두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양파 저장 물량과 수입량 추이를 봤을 때 조생 양파가 나오기까지 2만톤 정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2월에 5000톤, 3월에 5000톤을 단계적으로 들여오고 이번에 1만톤 수입을 추가적으로 결정했다”라며 “조생종 양파 출하가 기존 3월 20일경에서 올해는 일주일 정도 지연된 것으로 파악해 3월 26일까지 수입을 이행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도 중요한 부분이 이제 나오게 되는 조생 양파 단수나 상태이기 때문에 제주나 전남 지역 조생 양파에 대해서 영양제 등의 지원을 같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양파 농가들은 정부 입장은 이해하면서도 다른 방법보다 수입 카드를 먼저 꺼내든 부분에 답답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1만645톤의 추가 수입을 결정한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오창용 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은 “정부와 다르게 산지에선 3월 20일경이면 조생 양파 출하가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해 정부에 열흘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는데도 3차 수입을 추진했다”라며 “조생종 수확·출하 시기와 수입 양파 공급 시기가 겹치게 됐는데, 이것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 5일부터 고흥군에서 재배한 2025년산 잎양파 출하가 시작됐고, 20일경에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제주산 햇양파 출하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 농가들은 또한 농식품부가 영농비용 상승은 생각지 않고 소비자 물가만 챙긴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더군다나 2025년산 양파의 경우 지난해 가을 정식기에 계속 비가 내리면서 논·밭에 있는 빗물을 빼내고, 갈아엎는 작업을 반복하는 사이 정식 단계부터 비용이 두 배 이상 들어갔다.

김형관 양파생산자협회 고흥군 지부장은 “양파 정식기에 생산비를 계산해 봤더니 비료·필름 등 모든 비용이 올라 있었는데 정부는 이렇게 오른 농자재 물가는 생각지 않고 오로지 소비자 물가에만 초점을 맞춘다”라며 “고흥에서 양파 농가들은 지금도 물가 안정을 위해 조기 출하 작업 중인데, 이 시점에 정부는 수입을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 생산비 증가·인력 부족·가격 하락 ‘삼중고’…소비 둔화에 시세 전망도 어두워

양파 농가들은 지난해 생산비 증가에, 생산량까지 줄어드는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가격 상승을 억제해 왔다. 양파 수입을 최대한 막아내겠다는 절박함에 수매 단가까지 낮춘 것이다. 농가들의 이런 움직임 덕분에 지난해 연말 양파 가격이 오르기 전까지는 월평균 도매가격(1kg, 상품)이 1년 내내 1100원대에서 1200원대를 오가는 안정적인 시세를 형성했다. 4월과 5월 1400원~1500원대로 가격이 오른 것이 전부. 그러나 정부가 수입을 결정하면서 소득 감소까지 감수했던 농가의 노력도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남종우 양파생산자협회장은 “작년에 양파 생산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양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라며 “이런 농민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양파 가격이 조금 오른 것을 이유로 양파를 수입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파 농가들이 수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국내산 양파 가격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조생 양파뿐만 아니라 연이어 나오게 될 중만생종 양파까지 영향을 준다. 벌써 1차 수입권공매를 진행한 TRQ 양파의 ‘수입 이행 기간(3월 7일까지)’이 지난 후부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해 3월 7일만 해도 2116원이었던 평균 도매가격(1kg, 상품)이 13일에는 1444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강선희 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수입이 이렇게 무섭다”라며 “조생 양파 수확을 앞둔 상황에 수입 양파가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양파 가격이 하루에 200원씩 떨어졌다”라고 언급했다.

도매시장에서도 향후 시세를 어둡게 보고 있다. 물량이 부족한 건 맞지만 소비가 둔화 돼 있기 때문이다. 김영권 한국청과 채소4팀장은 “2024년산 저장 양파 부패율이 상당히 높아 물량이 부족한 건 사실로, 정부에선 조생 양파 출하 초기까지는 정상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보고 수입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양파를 소비해야 할 식당이 장사가 안 돼 소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비축 양파 방출에 수입 양파까지 들어와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작황도 안 좋은데다가 생산비도 많이 들어간 농가 입장에선 시세가 높게 나와야 본전이 될 텐데 현재 저장 양파 수입에서 앞으로 수입산 햇양파가 들어오면 국내산 저장 양파와 조생 양파 모두 타격이 클 것”이라며 “다만 국내산 조생 양파 출하 상황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인력 부족으로 수확 작업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양파 농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단속이 심해지면서 수확 작업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아직은 자체 일손으로 버틸 수 있는 상태지만 조생 양파 수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찬행 양파생산자협회 전남도지부장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단속으로 국내 인력 인건비까지 상승해 이제 생산비 지원 없이는 농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라며 “이런 어려움에 수입에 대한 부담까지 가중돼 농가 피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양파 농가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양파 수입 계획 철회와 즉각적인 양파 수입 중단 △농번기 외국인 단속 완화와 농촌지역 노동력 확보 대책 마련 △국산 양파 생육 지원 확대 △2025년 국산 양파가격 보장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양파생산자협회에선 양파 가격이 하락세에 있는데도 정부가 수입을 지속할 경우 천막농성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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