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직불 동시 수령 제한 방침
국회·농업계서 찬반 의견 분분
소농직불 확대·규제 주장 팽팽
농식품부, 뚜렷한 입장 못 정해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5. 3. 11
농정당국이 소농직불제 딜레마에 빠졌다. 소농직불금이 소농을 보호함으로써 농촌 공간 유지에 기여한다는 의견과, 우리 농업의 규모화·산업화를 저해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다.
올해로 시행 6년차에 접어든 공익직불제를 두고 한편에선 소농직불제 도입으로 농가규모에 따른 직불금 지급 형평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다른 한편에선 소농직불제가 농업 규모화·산업화라는 농정 목표와 배치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소농직불제가 고령 소농의 은퇴를 늦추고, 한가구가 직불금 수급이 가능한 최저 수준으로 농지를 쪼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같은 장단점 사이에서 소농직불제가 갈 길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말 국회에 제출한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을 통해 ‘소농직불금 신청 때 선택직불금 수령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농직불제의 부작용을 의식한 규제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 중심으로 반발이 제기되자 ‘소농직불제가 농업·농촌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6일 국회의 기본계획 심의에서도 야당은 “선택직불제 수령 제한 규제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소농직불금을 농가당 150만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농식품부를 압박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엔 소농 그 자체로 농촌 유지라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관점이 놓여 있다.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농은 농촌 마을을 유지하고 농촌다움을 지키는, 대농은 하기 어려운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공익’직불제가 이런 소농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업을 산업으로 보는 쪽에선 소농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소농에겐 식량 생산성 향상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소농에게 그런 역할을 부여할 경우 비료나 농약 사용량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농의 농촌 유지 기능은 다른 제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양쪽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향후 5년간 공익직불제 방향타가 될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에도 실질적인 소농직불제 개편방안은 담기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를 두고 농식품부가 우리 농업 구조개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농업계에선 농정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정책 대상이 되는 농업과 농업인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지난해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업경영체 등록기준 개편방안을 제안하면서 소농직불제 지급 대상을 ‘0.3㏊ 미만 경작자’로 축소하는 방안을 건의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해당 안에 ‘내부 검토 중’이라는 태도를 견지하다 최근 소농직불제가 논란이 되자 “연구용역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영체 기준을 포함해 소농직불제의 다양한 개편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어설명] 소농직불제
공익직불제는 기본형과 선택형으로 구분되고, 기본형은 다시 소농직불제와 면적직불제로 구성된다. 소농직불제는 종전 직불제의 혜택이 대농에게 집중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농가 내 모든 기본직불금 지급 대상자가 가진 지급 대상 농지면적의 합이 0.5㏊이하일 것’ 등 소농 기준을 충족하는 농가는 농지면적에 관계없이 13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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