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사진은 최근 홈플러스 창립 28주년 기념 할인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모습. 홈플러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개시
일부 업체 납품 줄이거나 중단
공급망 변경땐 시세 급변 우려
“거래처 다변화로 리스크 대응”
농민신문 김인경 기자 2025. 3. 8
홈플러스가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전격 신청하면서 농산물 유통업계에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온라인몰 등 모든 판매망 영업을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산지에선 판로 상실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에서 법원 결정까지 긴박했던 4일
홈플러스는 4일 오전 0시3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앞서 2월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종전 ‘A3’에서 ‘A3-’로 강등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홈플러스 측은 “단기 자금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생절차를 밟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와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 허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에 따라 ▲협력업체와의 약속 이행(매입·매출 상거래 협력업체, 가맹점주와의 계약 이행) ▲소비자·고객과의 약속 이행(창립 기념 대규모 할인행사 등 온·오프라인 물품 판매와 대금 결제) ▲근로자와의 약속 이행(근로관계 유지와 임금 정상 지급)이 모두 가능해졌다고 4일 밝혔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D’로 더 떨어졌다.
◆ 업계 “충격”…홈플러스 “상거래 채권 지급에 문제 없어”
홈플러스는 1997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28주년을 맞는 업계 맏형 격이다. 매출액 기준으론 업계 2위다. 유통업계가 충격에 빠진 배경이다.
홈플러스가 공식적으로 밝힌 실적 악화 요인은 유통환경 변화다.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규제로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구도가 심화됐고 소비트렌드가 온라인 위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되고, 개시 결정 이후 이뤄지는 모든 상거래에 대해 정상적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일 기준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으로, 3월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유입액이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돼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산지, 노심초사 속 사태 예의 주시
홈플러스는 7일 기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전 판매망 영업을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나 동서식품·롯데칠성음료 등 일부 식품 업체는 대금 미수를 우려해 납품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지류 상품권 수취를 거부하는 제휴사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산물 산지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북 ○○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과채류 판매실적이 좋다는 얘기를 최근까지도 들었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홈플러스에 ‘백다다기’ 오이를 연간 40억원 규모로 공급 중인데, 다른 곳으로 판로를 바꿀 경우 산지 시세가 급변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오이·단호박을 취급하는 충남 □□농협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납품 기간을 비교적 폭넓게 조율하는 편이라 산지로선 괜찮은 판로 중 한곳”이라면서 “산지가격과 도매시장 시세를 지지하는 역할을 해온 유력 대형마트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나 하는 불안감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협이 공급한 농산물 대금은 대부분 공익채권으로 평가돼 우선 변제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홈플러스에 거래조건 변경을 요청하고 미수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지역농협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농산물 거래처를 다변화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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