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건이 땜질식 처방…피해영향 분석도 단편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거대경제권과의 fta가 마무리됨에 따라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에 바탕을 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농업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fta를 맺을 때마다 내놓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동시다발적 fta가 불러올 파장을 흡수하기 어려운데다, 정책 대상에서 영세농이 소외되면서 농업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따르면 정부의 fta 피해대책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개별 fta를 대상으로 피해액 산정과 영향평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마련된다. 이 과정에서 fta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품목은 논의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를테면 정부는 한·유럽(eu) fta에 따른 농업 분야 피해의 94%가 축산농가에 돌아갈 것으로 보고 축산업 위주로 피해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fta 발효 3년차 기준 일반 농산물 증가액이 축산물의 4.5배에 달했다. fta 발효 전에는 수입되지 않았던 무화과·키위 등 63개(hs 10단위 기준)가 한국땅을 밟았다. 정부 예측이 빗나간 것은 전체 농축산물 중 쇠고기·돼지고기 등 8개 품목만 가지고 피해를 추산했기 때문이다. 다른 fta 영향평가 역시 이런 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전체 fta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피해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 fta를 계기로 기존 fta 대책들의 성과 평가와 효율성 심사를 통해 종합적인 경쟁력 제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한·칠레, 한·미, 한·eu fta까지 수립·시행되던 협정별 국내대책을 통폐합한 ‘농가소득안정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fta 피해대책의 지원 대상과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 지원이 경쟁력과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fta자금의 기업농·대규모 전업농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수혜 대상이 비교적 넓은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까다로운 발동요건과 쥐꼬리만 한 지원금으로 정부 불신만 키우고 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fta로 피해를 보는 대다수 중소 가족농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보니 정부의 fta 대책이 농업구조조정을 오히려 확대시키고 있다”며 “식량주권이나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의지도 중요하다. 정부가 최근 2조1000억원 규모의 영연방 fta 대책을 마련했지만, 2015년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fta 대책의 뼈대가 된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예산은 지난해 계획 대비 42.3%만 집행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과거 정부가 수십조원의 한·미, 한·eu fta 피해대책을 내놨지만, 농업 예산은 거의 늘지 않았다”며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부풀리기식 대책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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