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남 진도·해남 지역의 저장 배추 물량은 정식·생육기 기상 악화로 작황이 부진해 평년보다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생산자·유통인들은 다음 달까지 현재 시세가 유지, 소폭 상승하다 봄배추가 출하되며 하향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② 겨울 배추 산지의 생산자들은 배추를 저장하면 저장료와 운임·인건비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망당 도매가격으로 1500~2000원은 더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은 배추 저장 작업 모습.
③ 지난 겨울 배추 생육기간 동안 일조량 부족 등 기상 문제는 있었지만 심각한 병해가 발생하지는 않아 상품 배추의 경우 결구가 잘돼 상품성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 기후로 배추 작황 ‘부진’…봄배추 출하시 하향안정될 것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2025. 3. 4
“요즘 배추 가격이 높다고 하지만 생산비 역시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작황이 부진하다 보니 상품 비중도 줄어 수익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단순히 일부 가격만 보고 정부가 수입을 늘리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지난달 넷째 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은 1만5000원 내외에서 거래되는 등 겨울배추 도매가격은 좋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산지에서 만난 출하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전남 진도에서 배추를 생산하는 김학재 씨는 “평년에 화물트럭 한 대에 배추를 적재하면 10톤 정도가 되는데 올해는 한 대를 다 채워도 8톤 정도밖에 안 된다”며 “주변 사람들의 작황도 엇비슷해 진도 지역 배추 생산량은 평년에 비해 2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특히 평년에는 정품(상품) 배추가 트럭 두 대 분량이 나올 때 비품(중·하품)이 한 대 나왔는데 올해는 반대로 정품 한 대에 비품 두 대가 나오고 있어 배추 가격이 좋아도 수익이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웃한 해남 지역도 배추 작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중재 해남무진유통 대표는 “지난해에는 55망(가로 길이 55cm) 배추 비율이 20% 정도였지만 올해는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포기 수가 나오더라도 개체 크기와 중량이 줄어 평년에 비해 물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산지의 생산자들은 배추 생산량 감소 원인으로 가장 먼저 일기를 꼽았다. 진도 지역은 파종 시기에 비가 너무 많이 와 생육에 악영향이 있었으며 해남 지역 역시 지난해 10~11월 일조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부 포전에서 생산 포기 수를 늘리고자 기존에 48~50망 크기던 주간 간격을 46~48망 너비로 줄인 것도 배추 크기가 줄어든 원인이 됐다.
주 대표는 “재배환경이 안 좋다 보니 평년 같으면 여섯 번 칠 약을 지난해에는 아홉 번 치는 등 생산비가 더 들었다”며 “인건비, 운임 등도 모두 올라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망당 500원 수준이던 생산비가 이제는 900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지에선 이처럼 배추 생산 여건이 녹록지 않음에도 정부가 소비지 물가만을 바라보며 배추 수입을 늘리거나 중국산 김치 수입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해남에서 만난 이준식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부회장은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31만 톤이 넘는 데 이는 생물 배추 60만~70만 톤에 해당하는 양으로 연간 국내 배추 생산량이 200만 톤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물량”이라며 “수입 김치가 자꾸 늘어나면 국산 배추뿐만 아니라 고추, 마늘 등 김치의 재료가 되는 농산물까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일수록 자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힘쓴다”며 “산지에서 농사를 포기하면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무너진 기반을 다시 세우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생산자들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배추 수급 상황을 왜곡하고 아직도 가격이 높게 유지되도록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여름 이후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의 할인지원과 조기 출하 촉진 등이 수급 상황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전남 지역의 한 생산자는 “가격 상승에 따라 줄었어야 할 배추 소비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계속 유지됐을뿐더러 충분히 시간을 두고 나와야 할 상품들이 완전히 크기도 전에 시장에 조기 출하됐다”며 “자꾸 뒤에 나올 물량을 당겨먹는 것이 이어지다 보니 아직도 배추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행서 대아청과 팀장은 “대체로 저장배추 막바지 물량이 나오는 4월에는 배추 시세가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며 “배추를 저장한 생산자들 역시 물량이 적어질수록 더욱 시세를 살피며 출하하는 만큼 어느 정도 배추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진도·해남 지역에 봄배추 정식 면적이 200~400만 평 정도로 예측되며 생산량이 역대급으로 많을 수 있어 다음 달 이후 배추 수급이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 산지유통인은 “다음 달 20일 내외에는 봄배추가 출하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 봄에 무더위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 만큼 기상 여건을 잘 살피며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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