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26일 경북 성주에서 서울 가락시장으로 출하한 참외. 산지나 브랜드명 등이 적힌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았다.
성주군·가락시장 유통인 간담회
산지 “인건비 등 생산비 절감 커”
유통인 “부착땐 수취값 높은 편”
“농가 자율에 맡겨야” 주장도
농민신문 서효상 기자 2025. 3. 4
“중소형 마트나 과일 소매점일수록 스티커를 붙인 참외를 선호합니다.” “노란 참외에 빨간 스티커를 붙인 게 보기 좋다 보니 경락값에도 영향을 끼치고요.”
참외 출하 때 겉면에 스티커를 붙이지 말자는 산지 움직임과 관련해 도매시장 유통인들이 취지엔 공감하지만 시장 선호도를 고려해 농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스티커 붙은 참외와 그렇지 않은 참외가 섞여 출하되면서 일부 유통인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2월27일 가락시장 중앙청과 회의실에선 ‘성주군-가락시장 중도매인 유통분야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경북 성주군과 그 지역 참외 생산자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가락시장 청과법인 경매사·중도매인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춘수 서울청과 과일중도매인조합장은 “중소형 마트나 일반 과일 소매점은 스티커(붙인 참외)를 선호한다”며 “소비자들은 똑같은 물건이더라도 이왕이면 예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고운형 한국청과 과일중도매인조합장은 “경매 과정에서 샛노란 참외에 빨간 스티커를 붙이면 눈에 잘 띄어 경락값이 더 높게 나오는 게 현실”이라면서 “유통인의 관점에서 보면 참외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게 농가수취값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욱 중앙청과 경매사는 “시장 유통인뿐 아니라 농민 중에서도 일부 젊은 농가들은 ‘내 참외 맛있게 키워서 예쁘게 포장해 팔겠다는 것을 왜 막느냐’는 반대 의견이 있다”면서 “스티커 부착 관행을 일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농가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외 스티커 미부착 움직임은 산지에서 촉발했다. 앞서 성주지역 참외농가들은 지난해 12월4일 성주참외산업 대전환 혁신운동 추진위원회(위원장 배선호)를 발족했다. 이들은 참외 스티커 미부착 운동을 비롯해 ▲포장재 경량화 ▲자조금 상향 등을 목표로 내걸고 성주군에 관련 정책 건의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참외 스티커 미부착 운동은 생산비 절감 필요성은 물론 일부 소비자의 위생 관련 민원과 맥을 같이하면서 주목받았다. 성주군에 따르면 스티커 제작비와 부착 인건비 등 스티커 부착에만 연간 123억원이 들어간다. 임종희 성주군 농산물유통팀장은 “스티커 접착 부위가 변색되거나, 참외 껍질을 깎을 때 스티커가 칼에 쓸려 접착제가 참외 속살에 묻어난다는 등의 소비자 민원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위원회는 지난해 12월27일 성주에서 출하하는 모든 참외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기로 결의했다. 성주군은 지역 내 공판장 5곳(성주참외원예농협·대가농협·초전농협·선남농협·용암농협)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벌였다. 특정 농가가 스티커를 붙인 채로 공판장에 참외를 출하하면 1차 적발 때엔 계도, 2차 적발부턴 군의 각종 정책사업 대상에서 제외한다. 배선호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2월말 기준 성주지역에서 거래되는 참외의 99%는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을 정도로 현장에선 정착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가락시장 유통인 의견을 참고해 향후 참외 유통 혁신 방향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