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지면적이 150만㏊대를 겨우 사수하며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정부가 필요하다고 정한 적정 규모에 턱걸이했다. 농지 규제 완화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농사를 짓는 땅은 계속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월27일 발표한 ‘2024년 경지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지면적은 150만5000㏊로 집계됐다. 전년도 면적(151만2000㏊)보다 0.5% 줄며 2012년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렸다. 다만 감소폭은 같은 기간 내 가장 작았다.
논면적은 76만1011㏊로 2023년(76만3989㏊)보다 0.4% 감소했다. 밭은 74만3603㏊로 전년(74만8156㏊)보다 0.6% 작아졌다. 이에 따른 전국 농지의 논밭 비중은 각각 50.6%·49.4%로, 논 비중이 전년보다 0.2%포인트 커졌다.
경지면적 150만㏊는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인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12월 내놓은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통해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한 적정 농지면적을 150만㏊로 제시했다. 또 1%를 넘나드는 연평균 농지면적 감소세를 0.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목표에도 당국의 농지 규제 완화 기조 등 탓에 농지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지난해에 이어 ‘2025년 업무계획’에 농지 이용 확대 구상을 담았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월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지나친 규제로 농지가 제대로 가치를 발휘하기 어려웠다”면서 “농지 활용도를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3㏊ 이하 자투리농지의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추진했고 ‘농지법’도 이용·전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갖가지 특례를 적용한 ‘농촌자율규제혁신지구’ 도입 구상도 내놓았다.
지난해 경지면적 감소율(0.5%)은 최근 10여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이 정도 감소세만 이어져도 올해 농지면적은 150만㏊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농지 보전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규제 완화 일변도로 흐르는 정책을 경계했다. 야당도 농지 규제 완화방안을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안’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 달성’은 농식품부 고시에 기재된 내용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보전과 이용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농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150만’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식량안보 달성을 위해 필요한 농지면적이 얼마인지 추산하고 지켜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식품부는 ‘식량안보 확보’가 정부의 제1 목표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계속해서 식량안보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농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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