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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 농촌 자율규제혁신지구 운용 등 농지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우리 경제 살길은 기업 투자”…기업 위해 농지 훼손 빗장 활짝
농식품부 장관 “확정 아니다” 해명 일주일 만에 정부 ‘확정 발표’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3. 2
3ha 미만 ‘자투리 농지’ 해제, 농지 내 수직농장 허용 등 윤석열 대통령 체제에서 농지규제 완화 정책을 전개했던 정부가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 오히려 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주류 경제와는 별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농지 정책이 너무 가볍게 취급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대행은 지난달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살길은 기업 투자”라며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포괄적 정책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 이념인 성장주의·신자유주의가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건 단연 농지다. 심지어 전 부처를 아우른 규제완화 계획 중 농지규제 완화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명목은 지역 성장, 지역 활성화지만 결과적으로 농지 축소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가장 전면에 내세운 건 ‘17년 만의 그린벨트 해제 가능 면적 확대’다. 비수도권 15개 개발사업을 국가·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 예외를 적용하며, 환경평가 1·2등급지 역시 대체 그린벨트 지정을 조건으로 해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농지를 포함한 4203ha(여의도의 14.5배)의 그린벨트가 풀리기 시작한다.
일반 농지정책은 기존 정책계획의 연장선이다. 먼저 논 중심으로 설정돼 있는 농업진흥지역의 지정 기준을 다변화하고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 전용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위임할 계획이다. 개발이 용이한 논(평지)의 용도전환 여지를 늘리고 농지의 공적 관리를 축소하는 정책이다. 덧붙여 농지에서 전용 절차 없이 생산시설·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하고 농업진흥지역에 농업 전후방산업(농자재·유통 등) 관련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등 농지의 경작 외 이용을 확대한다.
그간 추상적 언급에 그쳤던 ‘농촌 자율규제혁신지구’도 이번 발표에서 계획이 구체화됐다. 소멸위험 읍·면을 포함한 지역을 중심으로 10개소를 지정하며 지구 내에선 △비농업인 농지 취득 허용(농업진흥지역은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허용) △농지 취득 즉시 임대차 허용 △농지 내 시설 설치 절차 간소화 △지자체에 농지 전용 권한 전부 위임 등 파격적인 수준으로 규제를 허물 계획이다. 농업 융복합 체험단지, 스마트 축산단지, 지역탄소순환 경제사업 등을 지구 활용 예시로 들고 있으며 입주기업과 투자자 유치를 위한 규제·세제 지원도 구상 중이다.
그린벨트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지난달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의원들에게 이미 대략적으로 보고한 것들이다. 당시 농지투기·농촌파괴 등 후폭풍을 우려한 몇몇 의원들의 질타에 송미령 장관이 “확정이 아니다”, “의원들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불과 일주일 뒤인 25일 최상목 대행이 직접 이를 확정 발표한 것이다.
정책의 목표가 대놓고 ‘기업 투자 확대’인 만큼 이번 정책은 농업·농촌에 기업들의 진출을 늘리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신안 해상풍력단지, 거제 관광단지 등 환경과 공동체를 저해하는 개발사업들에도 콕 집어 가속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논란이 될 정책을 적극적으로, 더욱이 의견수렴도 없이 즉각적으로 발표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정부 관료 및 이들과 연관된 자들은 농지를 언제든 경제발전에 이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농지는 한번 풀면 다시 회귀할 수 없어 해제나 비농민 소유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그린벨트 해제 정책에 대해서도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경실련은 “환경평가 1·2등급 해제까지 허용하겠다는 건 그동안 지켜온 원칙을 깨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그린벨트는 사실상 무너지게 된다. 개발도상국에서나 있을 법한 후진적 발상”이라며 “국민생활과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 규제를 낡은 규제로 치부하면서 없애겠다는 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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