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이남지역 12월 이후까지 김장하는 곳 많아 기대감
유통업계도 절임배추·양념 재료 만들어 젊은 주부 공략
김장시즌의 정점으로 향해 가는 11월 마지막 주 들어 산지에서부터 도매시장, 유통·김치업계까지 ‘김장 시즌 띄우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상청 등에서 발표한 김장하기 가장 좋은 날인 11월 29일(수도권 기준)에 맞춰 일제히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 하지만 11월 마지막 주 시장의 포문을 연 24일, 각 현장에선 어두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래도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암울한 전망’보다는 ‘소비 살리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김장시즌, 도매시장과 산지는=24일 새벽 5시에 찾은 가락시장에선 배추와 무가 가득 실린 트럭이 경매장 내부는 물론 시장 인근 외각에서도 속속 목격됐다.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빌리면 이들 배추와 무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통상 김장시즌이 정점으로 치달으면 새벽녘 무렵의 배추와 무 경매장에선 빈 트럭이 눈에 띄는 게 일반적인 시장 흐름이다. 그런데 이날 트럭에 가득 찬 물량들은 오전 6시를 지나 날이 밝은 이후에도 트럭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시장에서 만난 가락시장의 최현근 대아청과 영업이사는 “경매장 안에 있는 트럭 중에 배추와 무 등 농산물이 그대로 실려 있는 것은 경매를 끝낸 중도매인들이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며, 외곽에 있는 것은 경매도 되지 않은 물량”이라며 “이 물량이 빠지지 않으면 오늘은 물론 며칠간 그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 도매시장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구리시장의 이주경 인터넷청과 경매차장은 “주말을 이용해 김장을 하기 때문에 주후반은 그나마 장이 서는데 주초는 장이 제대로 서지 못할 지경”이라며 “매스컴에서 11월 29일이 김장하기 적기라고 하고 그런 인식도 강한데 아직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지 역시 현재까지의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 축 처진 시세에 중하품의 경우 아예 작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좋은 물건 역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 해남의 한 배추농가는 “산지에선 한 망에 천원도 안 하는 배추가 나오면서 자포자기 하는 이들이 많다”고 산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게 우울한 현실 속에서도 산지와 도매시장에선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장적기가 11월 말이라 해도 충청 이남 지역은 12월 넘어서 김장을 하는 곳이 많고, 날씨가 추워지면 김장 소비 물량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김장 담기 운동’ 등에 더 힘을 실어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주경 경매차장은 “아직 소비자들은 급한 게 없고 이에 소비심리도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12월 들어서고 추워지면서 김장 담는 이들이 늘어나고 소비도 살아날 수 있다”며 “산지에선 좋은 품질을 유지하며 분산출하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통·김치업계, 김장시즌 살리기 총력=유통업계에선 본격적인 김장시즌에 돌입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스스로 ‘김장 나누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와 연계해 관련 제품 행사에 들어가는 등 김장시즌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김치업계도 김장 분위기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치업계의 대표적인 주력 상품이 ‘절임배추’여서 포장김치 위주로 김장시즌을 맞았던 예년과 달리 김치업계도 김장 담그기 풍토가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일부 업체에선 절임배추는 물론 양념 재료도 직접 만들어 도시의 젊은 주부층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김장 분위기가 살아나면 김장을 담는 이들이 많지만 이 못지않게 동반 상승 효과로 포장 김치 소비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김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치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전엔 포장김치만 제조했다면 이제는 절임배추부터 양념 속까지 각각 만들어 집에서 쉽게 결합하기만 하면 김장을 마칠 수 있게 구성했다”며 “간결해지는 소비패턴에 맞춰 이번 김장시즌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경욱·고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