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과도매법인 대표들이 국정감사에 나와 높은 영업이익, 과도한 배당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청과도매법인 퇴출 명문화 위탁수수료 조정 골자 농안법 개정안 대해부
소비자에게 유통비용 많이 드는 잘못된 유통경로라는 선입견만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2. 26
계엄을 통한 내란 시도와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온 나라가 정치 이슈에 함몰돼 있는 사이 국회 농해수위에서는 농산물도매시장 개혁을 위한 입법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계엄이 있었던 12월 3일 박덕흠 의원을 시작으로 12월 4일 김선교 의원, 12월 18일 임미애 의원, 12월 20일 윤준병 의원, 해를 넘긴 1월 21일 문대림 의원까지 무려 5명의 의원이 도매시장 개혁을 위해 농안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 청과도매법인 손보기에 6개 정부 부처에 국회까지 나서
각 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을 살펴보면 독점적 위치에 있는 농산물도매시장 내 청과법인 퇴출의 명문화와 출하자가 부담하는 도매법인 위탁수수료율의 조정 내용을 담고 있다.
2024년 1년간 정부와 국회는 2023년 기후변화로 인한 냉해 피해 이후 사과 등 과일 가격 폭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상황이 국민의 인내를 넘어서는 범위에 다다르자 정부는 갑자기 농산물 도매시장 개혁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당시 한국은행과 KDI는 공급확대방안으로 사과의 수입을 주장했는데, 농식품부를 비롯한 정부는 도매시장 개혁 등 유통구조개선을 통해 10%의 유통비를 낮추는 일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는 학계 등의 지적에 정부는 유통구조 개선으로 화답한 것이다.
도매시장 개혁을 위해 지난해 4월 5일부터 농식품부, 해수부, 기재부, 산업부, 공정위, 국세청이 참여하는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구조개선 협의체(TF)가 만들어지고, 4월 15일에는 범부처 합동으로 가락시장 농산물 유통 실태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5월 1일에는 농식품부 등 부처합동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농수산물유통비 10% 이상을 줄이겠다는 대책까지 발표한다.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효율성을 확대하겠다며 청과도매법인 간 경쟁을 촉진, 부실법인에 대한 퇴출, 위탁수수료가 합당한지 살펴보겠다는 내용 등을 담았고, 농산물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경쟁을 더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여러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는 했지만, 정부 차원의 어떤 입법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 농해수위 의원 5명이 농안법 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의원입법 중심으로 도매시장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국회, 도매법인 퇴출 명문화와 수수료율 인하로 청과도매법인 정조준
이번 개정안이 농산물도매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일까?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영업 중인 청과도매법인은 대부분 도매시장 개설 당시 라이센스를 받아 현재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퇴출도 당하고 새롭게 지정도 되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독과점화됐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두 번째는 청과도매법인이 과도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 몇몇 의원실은 시행규칙 사항인 수수료율 상한을 법률에 담고 수수료 상한도 큰 폭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도매시장 공공성 확보와 효율화가 결국은 도매법인의 퇴출명문화와 수수료 상한을 낮추는 것으로 요약되는 지점이다.
이번 논란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도매시장에는 청과부류 이외에도 양곡부류, 수산부류, 축산부류, 화훼부류, 약용작물부류 등 6가지 카테고리가 있으며 이 중에서 수수료 조정이 추진되는 것은 청과부류 한 곳에 불과하고, 모 의원실의 수수료 인하 타겟이 되는 곳은 가락시장 내 청과법인으로 한정하기도 했다.
가락시장 청과법인은 다른 시장의 청과법인은 물론이고 농협 등이 운영하는 공판장과 비교해도 수수료율이 낮은 상황인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다는 이유, 그리고 오랫동안 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청과부류 이외에 다른 부류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높다고 문제로 지적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해수부가 포함된 유통구조개선 TF에서 해수부 쪽에서는 도매시장 수수료율이나 수산쪽 도매법인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오랫동안 영업을 했다는 것을 이유로 큰 문제를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축산물도매시장이나 공판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퇴출을 시킨다거나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등의 논란도 없었다.
# 주식시장과 농산물도매시장
농산물도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정부(지방정부)가 시장을 개설하고 라이센스를 부여한 회사가 거래를 중개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파생상품시장이 존재하며, 증권사는 투자자의 주문을 받아 한국거래소에 전달해 매매를 중개한다.
우리나라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농식품부나 지방정부가 농수산물도매시장과 공판장을 개설하고, 도매법인이 해당 시장 내에서 출하자가 판매를 위탁한 농산물의 중개 업무를 담당한다.
두 시장 모두 개설자가 중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은 증권사, 농산물 도매시장은 도매법인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중개하고 정산을 담당하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게 된다.
주식의 사고 파는 사람이 많아지면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이 증가한다. 그 가운데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하고 또 어떤 종목은 하락하기도 한다.
해당종목의 주식 가격의 오르내림은 해당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신기술을 개발한다거나 실적이 좋으면 주식 가치는 올라가 가격도 오르게 되고, 반대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나쁘면 기업 가치는 하락하고 주가도 하락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업황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수출을 하는 기업인데 수출 상대국 경기가 침체하는 경우도 있고,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증권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주가가 크게 하락해 손해를 보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해당 기업의 부진을 탓하지 자신이 이용하는 증권사를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농축산물 가격의 하락과 상승도 마찬가지다. 특정 품목이 생산량이 재해나 재배면적 감소로 줄어들기도 하고, 반대로 재배면적이 늘거나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기도 한다.
닭고기는 7~8월, 한우고기, 사과, 배 등은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가격을 끌어 올리기도 한다. 어떤 품목의 공급이 줄어 대체재의 소비가 늘어나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오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농산물 가격의 등락은 주식시장과 마찬가로 개별 품목이 가지고 있는 이슈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에도, 가격 등락이 일어나면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정치권까지 나서 도매시장이나 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도매법인에 책임을 돌리는 일이 반복해 일어난다.
# 증권사와 비교로 보는 청과도매법인을 향한 부정적 시각의 오류
특정 종목 주식 가격이 폭등, 또는 폭락해도 중개를 하는 증권사에 책임을 돌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증권사가 매출이 크게 오르거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문제를 삼는 경우는 없다.
증권사 최대 주주가 대기업이든, 금융자본이든, 외국인이든 문제를 삼는 경우도 없다.
증권사가 배당을 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증권사가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획득한 이후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다고 문제삼지 않는다.
그런데 농산물도매시장 내 도매법인은 다르다.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면 도매법인은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불합리하다 지적한다.
법인 매출이 크게 오르거나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농가와 소비자의 편익을 갉아 먹었다고 지적한다.
도매법인 대주주가 대기업이면 이는 정말로 불합리한 일이 된다.
도매법인이 대주주인 대기업에 배당을 하는 것은 천인공로할 일이 된다.
도매법인이 영업을 20년, 30년 오랫동안 하는 것은 독과점이라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꼭 퇴출시켜야 한다.
정부가 특허나 면허를 통해 독점권을 부여하는 산업은 이외에도 많이 있다.
전파라는 공공재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이동통신사, 지상파방송사는 정부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영업을 하지만, 수십년간 업체가 바뀌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
더 공익적이어야하는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 금융사도 정부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영업을 하지만 모두 수십년간 영업을 이어간다.
유통분야의 경우 TV홈쇼핑과 면세점이 정부의 면허와 특허를 가지고 영업을 하지만 모두가 수십년간 영업을 해왔다.
모두 큼지막한 사회적으로 물의가 될만한 사건도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 사고가 면허나 특허를 반납하는 쪽으로 결정된 사례는 거의 없으며, 저축은행 부실 등의 사태가 있었지만 주인만 바뀌어 지금도 영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정부와 국회가 문제삼는 이슈를 타산업에 비추어보면 본질에 벗어나 논쟁하고 있는 우리를 보게 된다.
# 가락시장 도매법인 위탁 수수료 조정...수도권 쏠림 현상 커질 수도 수수료 직접 조정보다...공익적 기능 수행 유도 필요
현재 청과도매시장은 서울 소재 몇몇 법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수료 상한 7%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그럼에도 흑자 결산을 겨우 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인즉 시간이 지날수록 대형유통업체가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매입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반입물량은 조금씩 감소하는데,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국내 대표시장인 가락시장 및 일부 대도시에 위치한 도매시장법인만이 건전 결산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이들 법인이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해 막대한 이윤을 보고 있다고 매도하는 것은 농산물의 수집과 분산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 농산물 유통경로에 흠집을 내어 우리 농산물 가격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행위일 뿐이다.
이미 가락시장 소재 법인들은 4%대의 수수료로 지방 도매시장 대비 약 2~3%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특히 산지와 가까운 도매시장을 이용하기 보다는 가락시장에 출하를 희망하는 농가가 줄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방 도매시장보다 수수료율이 낮고,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연간 가락시장에 1억원의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가라면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위탁수수료로 700만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가락시장의 경우 400~500만원 정도만 납부하면 되고, 덤으로 지방 도매시장보다 더 높은 경락 가격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락시장 청과도매법인에게 추가로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할 경우 출하자와 중도매인에게 주는 장려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락시장 내 청과법인은 영업을 계속하겠지만, 대신 지방 도매시장이 더 황폐화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서 유통될 물량도 가락시장에서 경매가 이뤄지고 다시 충청이나 강원으로 분산되는 비효율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의 인하 압박 대신 청과법인의 사회적 책임, 공익적 활동을 유도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
출하자나 중도매인에 대한 서비스의 강화, 농업인과 유통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 활동 전개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를 ESG 경영이라고도 하는데, ESG 경영 유도를 하는 방식으로 오히려 도매법인들이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 도매시장 제 역할 할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 협조 필요
유통에 대한 박약한 이해 속에 남발된 수많은 도매시장 정책은 도매시장이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는 잘못된 유통경로라는 선입견을 대중이 갖게 만들었다.
도매시장은 투명한 가격 결정, 농가 입장에서는 거래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매우 유용한 유통경로다. 도매시장이 가지고 있는 이 강점을 무시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이식하려는 노력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도매시장 손보기가 아니라 독점력이 강화되고 있는 대형유통의 대항마로 도매시장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일이다.
*이 기사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1~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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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 도매시장 관련 일곱까지 오해 ''팩트체크'' 
[한국농정신문] “불합리한 농정엔 반대 목소리 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