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농산물 유통 정치 희생양 되지 말아야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2. 26
최근 채소와 과일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언론이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상기후가 현실화되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 오를 때는 강력한 대책이 쏟아지는 반면, 가격이 폭락할 때는 실효성이 부족한 단기 대책만 나와 농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이다.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농산물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다. 지난해 ‘금사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사과값이 폭등하자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정치적 공방이 벌어졌다.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쌀 산업과 농민들의 미래를 고려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파적 논리에 휘말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때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면서 농업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통 주적론’이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락할 때마다 도매법인이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되며 공격받고, 정치권이 이를 활용해 공영도매시장 전체를 매도하는 일이 반복된다.
유통구조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식의 단순한 프레임을 씌우면, 정작 수요와 공급의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받게 된다. 과도한 유통마진이나 복잡한 유통단계를 문제 삼아 본질을 흐리는 식이다.
물론 도매시장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가격 급등의 원인을 도매시장에만 돌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농산물 유통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복잡한 유통구조가 곧 비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유통단계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고, 현재 남아 있는 단계들은 저마다의 역할과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가와 직거래하는 대형마트의 유통 경로는 전통시장보다 훨씬 단순하다. 하지만 매년 정부가 조사하는 명절 차례상 비용이나 김장 비용을 보면, 도매시장과 중도매인을 거치는 전통시장 쪽이 오히려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다. 복잡한 유통구조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농산물 유통을 단순한 숫자로만 진단하고 처방하려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특히 농산물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때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릴 뿐, 실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일차 방정식이 아니라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 이슈가 정치 재료가 되면 최악의 결과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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