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무·사과 직거래 일반경로보다 비용 크게 낮아
온라인직거래·로컬푸드 직매장 꾸준히 점유율 상승
농산물 직거래 촉진 정책 종합적인 성과 분석 필요
한국농업신문 박현욱 기자 2025. 2. 26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유통비용 절감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한편, 생산자도 정당한 가격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하는 농산물 직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직거래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생산자는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다. 이에 따라 직거래 장터, 온라인 플랫폼, 로컬푸드 직매장 등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신유통연구원이 ‘농산물 직거래 유통 실태와 시사점’을 발표해 주목된다. 한국농업신문은 연구원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광의·협의’ 직거래 유형 분류
신유통연구원에서는 우선 직거래의 개념부터 명확히 했다. 직거래는 흔히 일반 대중 인식에 중간 상인의 개입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접 거래하는 형태를 의미하나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직거래 정책이 확대되면서 개념이 확장됐다.
우선 직거래는 두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도매시장 외 거래인 광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과 중간 유통상인을 배제하고 생산자 소비자의 직접 거래인 협의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즉 생산자로부터 유통되는 농산물이 중간 유통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 광의의 직거래에 해당하고 이외에는 협의의 직거래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광의의 직거래 유형에는 온라인 쇼핑, 대형마트, 생협, 공영홈쇼핑 등을 꼽을 수 있고, 협의의 직거래는 로컬푸드직매장, 직거래장터, 꾸러미사업, 노변판매, 농장직판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저탄소·가치소비 수단
신유통연구원에서 정부별 직거래 정책의 관점을 분류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직거래 개념을 협의 범위로 규정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한 농가 지원 수단으로 직거래 정책을 바라봤다면 김대중 정부에서는 농산물 유통혁신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승격된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도농 교류의 수단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농업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인식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가안정 및 농가소득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역생산-지역소비의 선순환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본 것이 차별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직거래를 저탄소, 가치소비 실천을 위한 수단으로 봤는데 이를 위해 온라인 거래를 집중 육성했고, 신 유통경로 활성화를 위해 정책을 펴 나갔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와 다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농산물 직거래 시장 규모 8조 예측
농산물 직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총 8조824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농산물 직거래 유형별 규모를 분석했는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온라인 직거래로 그 비중이 무려 67.7% 달했다. 이는 2017년 점유율인 47.9%와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도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 왔다. 2017년 8.5%에서 2021년 10.2%로 큰 성장세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직거래장터, 농산물 꾸러미, 기타 직거래와 친환경전문점 및 생협 등의 점유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전문점과 생협의 경우 2017년 36.7%를 점유했지만 불과 5년만에 20.2%로 하락하면서 무려 16.5%p가 줄어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직거래 유통비용률 전체 평균 19.3%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직거래의 경우 유통 비용률이 얼마나 낮은가다. 연구원 조사결과 조사대상 직거래의 총 유통 비용률은 전체 평균 19.3%, 생산자 수취율은 80.7%로 나타났다. 직거래 대표 유형인 로컬푸드직매장과 직거래장터 등 두 유형만을 추산한 결과 평균 15.9%로 집계, 더 낮아졌다.
직거래 경로별 유통 비용률과 품목별 차이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직거래장터의 경우 15.1%로 가장 낮았으며,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16.7%를 기록했다. 온라인 직거래의 경우 26.0%로 직거래 중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도 달랐다. 사과, 건고추, 수박, 배의 경우 유통 비용률이 낮았으며, 배추, 무, 양파의 유통 비용률은 높게 나타났다.
생산자 33%p, 소비자 8.6%p 비용 절감
직거래의 유통비용 절감효과는 매우 크다. 2022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조사한 일반 유통 경로의 유통 비용률은 49.7%로 로컬푸드 직매장과 직거래장터의 평균 유통 비용률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거래 유통경로를 100%로 환산 적용 시, 로컬푸드직매장의 유통비용 절감률은 33.0%p, 직거래장터 유통비용 절감률은 34.6%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구매가격 절감효과도 컸다. 일반 유통 경로 소매가격을 100%로 기준할 때, 로컬푸드직매장의 경우 7.5%p, 직거래장터는 9.7%p의 비용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최대 8.6%p 소비자 구매가격 절감효과가 있는 것이다.
유통비용 절감효과 양파>무>사과 순
일반 유통경로를 경유할 때와 직거래를 할 경우 어떤 품목이 가장 비용 절감이 되는지도 조사했다. 가장 많은 비용 절감효과를 보인 품목은 양파 51.7%p이고, 무 50.6%p, 사과 46.6%p 순으로 일반 유통경로와의 차이가 컸다. 차이가 적은 품목의 경우는 포도 22.1%p, 복숭아 23.6%p, 수박 26.0%p 순이다.
생산자·소비자 모두 가격 절감 효과
생산자 수취율의 경우 일반 유통경로의 경우 53.0%인 반면 로컬푸드 직매장, 직거래장터, 온라인 직거래를 통할 경우 각각 83.3%, 84.9%, 74.0%로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취율이 크게 높았다. 평균 소비자 가격도 직거래의 경우 일반 유통경로에 비해 8.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에게도 직거래가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는 “농산물 직거래유통경로와 일반유통경로의 유통비용률, 소매판매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로컬푸드직매장과 직거래장터 경로에 따른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각각 7.5%p, 9.7%p 만큼의 구매가격 절감 효과가 있고, 출하자는 각각 33.0%p, 34.6%p의 소득이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히고 있다.
농업인 직거래 유통 참여의식 고취 필요
직거래 유통채널의 발전방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신유통연구원은 “이러한 직거래 유통채널의 성장에 발맞춰 직매장 및 장터의 운영 주체와 이용자의 인식도 개선하는 한편 책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직매장 및 장터의 운영 주체도 제도와 지침 아래 직거래 활성화와 농가소득 창출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용자 역시 정부 및 지자체, 농협 등의 지원이 다양하게 있음을 인식하고 품질을 기반으로 한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는 참여하는 농업인들에게 직거래 유통에 대한 참여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교육과 인식 제고 기회가 꾸준하게 마련돼야 한다”면서 “농산물 직거래 촉진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성과 분석도 시행해 정책적 성과와 직거래 효과에 대해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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