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값의 30% 수준 ‘파상공세’…채소류까지 피해 광범위
한·중 fta타결로 관세 인하…수입량 대폭 늘듯
배추 외에 고추·마늘·파 등 양념채소에 연쇄타격
수입·유통 점조직…실체 파악안돼 대책도 못세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국내 김치산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산 김치를 수입할 때 부과하는 관세가 현행 20%에서 18%로, 최대 2%포인트 감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의 수입방식이나 유통경로 등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위생 측면에서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이유로 최근 중국산 김치의 국내 유통실태를 파악하고, 국내 김치산업의 보호·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중국산 김치의 유통 및 위생 관리 실태와 보완 대책 등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중국산 김치는 10㎏들이 한상자에 8000원에 들여와 시중에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반면 국산 김치는 수입 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3만원 미만으로 내리기가 어려워, 경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서울 가락시장 직판시장 내 김치유통업자)
“지금도 식당 등은 중국산 김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중 fta로 문턱이 더 낮아지면 국산 김치는 그나마 설자리를 다 잃게 될 겁니다.”(충북 괴산의 김치생산업체 대표)
한·중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내 김치산업의 붕괴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현행 관세 아래서도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관세가 낮아지면 증가폭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가락시장의 한 유통인은 “수입관세 인하 폭이 많아야 2%니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돈 100원의 이윤을 위해 30리길을 가는 장사꾼들에겐 큰 폭”이라며 “관세가 인하되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김치는 배추·무뿐 아니라 고추·마늘·파 등 주요 채소류가 모두 들어가는 가공식품이다 보니, 김치 수입 증가로 인한 피해가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농산물 유통전문가는 “통상 김치와 배추의 수율을 3.5배로 보는데 요즘처럼 김치 수입량이 연간 30만t에 육박한다면, 배추로는 100만t이 수입되는 셈”이라며 “여기에 무·고추·마늘 등 양념 수율까지 고려하면 국내 채소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산 김치의 수입 증가로 인한 국내 피해가 이처럼 막대한 데도, 정작 중국산 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수입해 유통시키는지, 누가 유통시키고 가격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또 소비 실태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얼마전 이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기본적인 정책자료를 확보하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김치는 수입과 유통이 점조직 형태의 폐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태에 대해 아는 사람이나 자료가 없고 유통 현장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탓에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정부 및 산하 기관에서도 관련 정책의 계획이나 집행을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음식점을 대상으로 하는 수입김치 원산지표시 위반 단속 등도 그때그때 ‘수박 겉핥기’ 수준에 그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산 김치에 대한 정확한 유통실태 파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농경연의 한 연구위원은 “국내 김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입김치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며 “이를 통해 관련자인 생산농가, 김치 가공업자,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농협김치가공공장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인이 중국 칭다오 등지에서 김치를 생산해 국내에 유통시켰지만, 최근엔 대부분 현지인들에게 밀려나는 등 중국산 김치의 생산·유통구조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산 김치의 유통 및 수입실태를 파악해 무분별한 국내 유입을 막을 대응책을 마련하고, 아울러 국내 김치의 생존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 등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
[농민신문] 겉도는 김치 원산지표시…위반 근절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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