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여주 가남농협이 본점 주변에 조성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 농협이 소유한 건물을 자체 예산 2억5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있다.
민간 숙소, 외국인 입주 꺼리고
농협 자체 조성은 예산 부담 커
매년 새로운 거처 구하기 전쟁
농민신문 김해대 기자 2025. 2. 23
경기 여주 가남농협은 현재 공공형 계절근로자 전용 숙소를 만들고 있다. 자체 예산 2억5000만원을 들여 농협 소유 건물을 리모델링한다. 지역에 모텔·펜션이 있긴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입주엔 모두 난색을 표하는 탓에 ‘고육지책’을 짜낸 것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운용하는 농협들이 근로자 숙소 구하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들여오면 농협이 이들을 5∼8개월 고용해 농가 수요에 따라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시행 3년차를 맞는 올해는 90개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 3000명을 운용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주요 농협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외국인 근로자 숙소 구하기 전쟁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는 숙소를 험하게 쓴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가남농협 조합장은 “사업 첫해인 지난해엔 민간 숙소를 구했지만 외국인을 꺼리는 인식이 강해 올해엔 숙소를 못 구했다”며 “사업을 한두해 할 것도 아니어서 숙소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동고령농협도 같은 문제로 농협 지점 2층에 숙소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의 빈 노인회관을 숙소로 사용하려다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임시방편으로 농가주택을 개조해 썼지만 올해는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자체 예산 5000만원에 고령군 예산 5000만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상당수 다른 지역 농협들은 예산 부담으로 자체 숙소 조성은 엄두도 못 내고 매년 새로운 숙소를 찾아 나서는 실정이다.
이수아 경기 안성 고삼농협 계장은 “운용 농협 사이에서는 ‘확보한 숙소규모에 따라 도입 인원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숙소들이 매년 숙박비를 올리고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어 해마다 새 거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춘길 충남 논산 연무농협 과장도 “올해 지역의 아파트를 숙소로 구하려다가 5∼8개월 머물러도 1년치 비용을 다 내야 한다고 해 펜션 3곳을 어렵사리 빌렸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지자체 10곳과 공동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숙소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농가형 계절근로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공공형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한 예로 논산의 경우 양촌면에 숙소가 들어설 예정인데, 연무읍에서 자동차로 30분이 소요돼 공공형 사업을 하는 연무농협은 입주를 포기했다. 고삼농협도 같은 이유로 정부 건립 숙소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맞는 통 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성 가남농협 과장은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면 농가에 파견을 못하는 날이 있어도 월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해야 돼 지난해 5000만원의 적자를 봤다”며 “최소한 숙소 걱정은 하지 않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농협의 리모델링 비용 지원 등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군은 지자체와 농협이 협업해 제도를 안착시킨 좋은 사례로 꼽힌다. 군은 지난해 국비·지방비 25억원을 들여 공공형 계절근로제 전용 기숙사를 만들고 근로자 근태와 기숙사 관리를 전담한다.
김효중 고창군 농촌인력팀장은 “근로자 고용은 농협이 하지만 인건비 부담과 인력 투입, 숙소문제 등을 고려하면 군이 중심을 잡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민간의 농업 인건비 인상을 견제하고, 농가의 만족도도 높아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창형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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