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영도매시장 중도매인 간 거래 허용 범위를 전년도 거래금액의 20% 이내로 확정, 최근 시행에 들어갔으나 산지 농가와 출하자단체는 물론 유통전문가들까지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많은 중도매인들이 경쟁적인 경매를 통해 농산물을 낙찰받지 않고서도 다른 중도매인들에게 농산물을 구입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공영도매시장 설립 이후 30년 동안 중도매인 간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하지만 올 3월 농안법 개정으로 중도매인 간 거래를 허용하는 길이 터지자 최근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을 개정(10월15일), 구체적인 허용범위를 전년도 거래금액의 20% 미만으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산지 농가들은 “농산물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많은 중도매인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중도매인 간 거래 허용으로 중도매인들이 담합 등을 통해 몇명만 경매에 참석시킬 경우 경쟁이 사라져 경락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등 농산물 유통질서가 문란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중도매인 간 거래허용 범위를 20%로 제한한 것을 두고도 “관리·감독을 비롯해 검증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남 함평의 양파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중도매인 간 거래가 이뤄졌을 때는 그 내용을 시장개설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중도매인들이 알리지 않으면 그만인 것 아니냐”며 “중도매인 간 거래를 20%로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농업인들과 유통전문가들은 따라서 “중도매인 간 거래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확실한 규정을 만들고, 농산물 구매카드 도입 등을 통해 중도매인들의 거래내역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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