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월 조생종 산지 출하가 임박한 가운데 TRQ 양파 수입이 추진되면서 산지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4월 초 전남 고흥군 금산면 일대의 양파 수확 작업 모습.
TRQ 양파 5000톤 수입권 공매 ‘반발 확산’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5. 2. 21
부패율 늘어 저장량 소폭 감소
한파로 출하작업 늦어지면서
양파값 오름세 보이자 또 개입
정부가 국내산 양파 가격 상승에 1만톤 규모의 TRQ(저율관세할당) 양파 도입을 검토한데 이어 최근 양파 수입권공매 입찰을 실시하자 양파 생산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산 저장 양파 출하 확대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우선인데도 정부가 산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TRQ 도입으로만 대응하려 한다면서 수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TRQ 물량 도입 발동 기준을 하향 조정한 수급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자 양파 생산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현장 의견을 반영한 가이드라인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1kg당(상품) 월평균 1100원대에서 1200원대 초반을 오가던 국내산 양파 도매가격이 올해 들어 최대 1600원대까지 오르는 등 전반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 19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형성된 평균 시세는 1552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1원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2024년 말을 기준으로 당초 2024년산 양파 재고량이 2023년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저장 양파 부패율 증가 등으로 오히려 물량이 전년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한파로 출하작업까지 지연되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둔 1월 중순경부터 TRQ 양파 도입을 검토했으나 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국내산 양파를 저장해 놓은 유통상인들이 생산자단체 등과 논의를 거쳐 가격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늘리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면서 도매가격이 1300원대까지 떨어진 것이 그 이유다. 그러다 2월 들어 다시 양파가격이 15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하자 정부는 재차 TRQ 카드를 꺼내 들었고, 2월 11일부터 5000톤 규모의 1차 양파 수입권공매 입찰을 시작했다.
“조생종 출하 겹쳐 가격 급락 우려”
민간 수입량도 충분한 데다
다음달부터 조생양파 나와
저장물량 출하 유도 목소리
4개 생산자단체 공동 입장문
TRQ 발동기준 하향조정
수급 가이드라인 재설정 주문
생산자단체에선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재고량이 조금 줄었어도 그만큼 양파 소비도 감소했고, 2월 양파 가격 상승 원인이 재고 문제보다는 출하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데 있기 때문이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2월에는 한파 때문에 출하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무안 지역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단속으로 한동안 작업을 중단하게 된 사이 양파 가격이 1500원대까지 올라갔다”라며 “정부가 TRQ 도입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소비자 체감물가 상승도 설 연후 전 실시했던 정부 할인 지원이 끝난 게 영향을 미쳤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에서 이미 월 평균 1만톤에서 1만5000톤의 양파를 수입해 국내산 양파 부족분을 채우고 있는 상황으로, 조금만 기다리면 3월에는 조생양파가 나오게 된다”라며 “조생양파 출하와 TRQ 양파 공급이 겹칠 경우 만생종 양파 가격이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는 만큼 TRQ 도입보다는 정부가 저장 양파의 시장 출하를 유도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한국양파연합회·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한국농산물냉장협회 등 4개 단체가 공동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1만톤 규모의 TRQ 양파 도입 철회와 함께 기후위기 속 농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농산물 수급 정책 수립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양파 생산자단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농산물 수급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TRQ 양파 도입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TRQ 도입 발동 기준을 하향 조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안정대 가격인 기준가격을 올려놓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TRQ 도입 근거가 되는 가격 상승기의 ‘경계’, ‘심각’ 단계 가격은 오히려 낮게 설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급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기존 가이드라인의 저장 출하기 안정대 가격은 1149원으로 개정안에서는 안정대 가격을 1193원으로 높여 놨다. 하지만 기존 수급가이드라인의 저장 출하기 상승 경계 단계와 심각 단계의 가격은 각각 1572원과 1821원, 개정안의 저장 출하기 상승 경계 단계와 심각 단계 가격은 1541원, 1744원으로 낮게 설정했다.
양파 생산자단체들은 입장문을 통해 “수입을 위한 수급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을 지키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도록 국내 양파산업 주체들이 모두 모여 논의하는 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수급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재조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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