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전쟁''…국내 농산물시장 방어전략 세워야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2025. 2. 21
미국이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관세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1278억 달러(2024년 기준) 흑자인 상황에서 미국이 상호관세 카드와 비관세장벽 등을 내세워 농축산물 수입 확대 등을 거세게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대미 농식품 무역수지가 2023년 󈞹억9900만 달러(2023년) 등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만큼 미국과 같은 논리로 국내 시장을 방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미, 4월부터 상호관세 시행 전망
FTA로 대부분 관세 0%지만
신선 농산물 등 일부 관세 남아
우리나라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
▲트럼프의 상호관세 시행이 미칠 영향=상호관세란 다른 나라가 부과하는 관세만큼 동일하게 부과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국이 A국가의 B농산물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A국가도 한국산 B농산물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교역국을 대상으로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상호관세를 미국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농업 전문가들은 상호관세 시행이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연구실의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한·미 FTA 체결로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는 0%이지만 일부 신선 농산물 같은 민감 품목은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인하해 여전히 관세가 남은 품목이 있다. 그래서 상호관세를 적용한다면 국내 농산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에는 배 15.7%, 고추(파쇄·분쇄한 것) 36%, 마늘(껍질을 깐 것) 48%, 포도 10.5%, 쇠고기 5.3% 등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검역문제로 수출할 수 없는 쇠고기를 제외한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 한국은 관세율이 0%다. 상호관세를 시행해 해당 품목의 수출가격이 관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 품목인지 또는 가격이 얼마나 높은 품목이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다를 것이다. 농산물은 물량이 조금만 늘거나 줄면 가격이 급락 또는 급등할 수 있다”며 “만약 상호관세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면 해당 물량은 국내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체결로 대부분의 품목이 개방된 만큼 미국의 상호관세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서진교 GS&J 원장은 “한·미 FTA 체결로 우리가 미국 보다 관세가 높지 않다. 농업분야도 몇 년 안에 관세가 거의 철폐된다. 15년, 20년 이상인 품목은 많지 않다. 그래서 상호주의에 입각한다면 농업분야는 관세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과·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등
국내시장 진입 못한 품목 개방
LMO 관련규제 완화 요구할 수도
▲관세전쟁, 수출품목 확대 우려=미국이 현재 한국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품목에 대한 수출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가 지난해 4월 발표한 통상이슈브리프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쇠고기 30개월 미만 월령 제한 및 일부 가공육 수입 금지 등을 지적했고 블루베리, 체리, 사과 등에 대한 한국 시장 진입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서진교 GS&J 원장은 “체리와 견과류 같이 미국의 수출 물량이 많은 품목에 대해 (시장 확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런 품목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등의 여파로 배와 사과 등의 가격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 NTE 보고서가 언급하는 품목들이 수입된다면 굉장히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2008년 광우병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미국도 확인했다. 그래서 국민 정서상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카드를 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 시장 개방과 LMO(유전자변형생물체) 관련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진교 원장은 “미국에서 LMO 관련 규제를 완화시켜달라는 요구를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쌀도 미국이 수출을 목적으로 두기 보단 이것을 내세워 다른 것을 얻어내는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농식품 무역수지 적자’로 방어
국내 수급 영향 최소화 고민을
▲대응방안은?=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 농식품 무역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서진교 원장은 “미국처럼 우리도 대미 농산물 무역수지가 적자라는 논리로 방어할 수 있다. (관세 전쟁 여파로) 농업분야의 피해가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제도적 측면에서 신경 쓰일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對미국 농식품 무역수지는 2021년 -90억5200만 달러, 2022년 -95억3600만 달러, 2023년 -77억9900만 달러 등 무역수지 적자폭이 높다.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억8300만 달러에서 󈟁억7100만 달러(2017년 1월~2021년 1월)로 나타났다.
송기호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녁을 벗어나면 성공하는 것처럼 접근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농업과 식품 안전, 정책 자율성 등을 쉽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염려가 있다”며 “미국은 왜 우리 농산물을 사지 않고 수출만 하느냐고 대응할 수 있다. 트럼프의 조치도 모순이 많고 지속 불가능한 부분도 많은 만큼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대부분의 농산물이 개방됐다.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등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확실성이 크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국내 수급에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대희 부연구위원은 “우리가 늘 수입하고 있는 대두, 옥수수 등을 국내 상황에 따라 TRQ 물량을 늘리기도 하고 할당관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해당 품목은 국내에 필요한 것은 물론 시장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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