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재배면적 조정제’ , 지자체 ‘자율’ 이라고? → “아니다. 겁박이다”
농민단체·지자체의회·공무원노조, 철회 촉구 결의안 등 반발 확산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2. 21
‘벼 재배면적 조정제’ 가 홍보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농정 실행 현장에서는 반발과 갈등이 번지고 있다. ‘농사지을 권리’ 를 내세운 농민권리에 부딪치고, 시·군·읍 단위 공무원들은 ‘지자체에 떠넘기는 중앙의 폭력’ 이라며 강력 저항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전북도의회, 해남군의회, 김제시의회, 옥천군의회, 고창군의회, 군산시의회, 구례군의회, 충남도의회, 광산구의회, 경북도의회 ….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철회하라는 지자체 의회들의 공식 의결 서안이 중앙부처로 집결 중이다.
지자체의회들의‘철회하라’는 결의안 내지 촉구건의안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전체 벼 재배면적의 12.5%에 해당하는 41만톤 분량의 쌀 생산면적을 없애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게 첫 번째 주장이다. 일괄적이고 인위적인 쌀 생산량 감축은 식량 자급률을 떨어뜨리고, 기후위기로 위험에 처해있는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안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농가 경영 불안이다. 강제로 감축하는 자체가 농민을 천대하는 행정편의이고, 농가 소득 또한 보장할 수 없는 불안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 재배면적 감축을 선택해서 기존보다 ‘한푼 두푼’ 의 이익이 발생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고령농들이 불편한 새로운 농법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는 역질문을 쏟고 있다. 결국 행정을 안 따른 패널티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재배면적을 감축하더라도 새로운 판로나, 어설픈 재배기술 등으로 소득 향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의회 결의안에는, 구조적으로 과잉생산이라고 주장하는 농식품부·통계청 등 기관의 통계자료에 대한 신빙성도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측의 쌀 생산량 통계는 밥쌀용과 가공용 쌀을 명확하게 구분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량을 수급예측하는데 과잉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게 지자체 의회의 공통적인 문제제기다.
철회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전남도의회 김문수 의원은 “10% 넘는 재배면적 감축은 쌀 산업 위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강제적 방식으로 매우 편향적이며 불합리한 조치” 라며 “정부는 감축 이행 농가에 공공비축미 배정 등 인센티브 제공, 전략작물직불제 품목 확대, 지급단가 인상 등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공공비축미 배정을 감축하는 의무를 자치단체에 맡기는 것은 중앙정부의 행정권력을 지방에 행사하는 것이며 농민을 간접 협박하는 행정 행태” 라고 일갈했다.
전남도의회 오은미 의원 또한 철회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오 의원은 “정부는 국내 쌀 수급 불안정의 원인이 생산을 많이 한 농민, 과다한 농지 탓으로 돌리면서 각 시도에 떠넘기기 식으로 시도별 배분면적을 감축하라고 통보하고 있다” 면서 “최근 5년간 국내 쌀 자급률이 94% 수준인데 수입쌀은 그대로 두고 재배면적만 감축하는, 우리 농민의 영농권 제한으로 대신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농민단체들 또한 “준비도 없이, 대안 마련도 없이, 책임도 없이” 강행 일변도로 신년초 농정현안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벼 재배면적 강제 감축에 대해 반발과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경북지역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지난해 경북은 흉작으로 약 1천500ha 재배분의 쌀이 줄었는데, 면적 감축 배정량은 흉작 감소량의 6년치에 해당한다”면서 식량 감소분에 대한 부담과 책임, 그에 비례하는 농가 손실 등을 따졌다.
이와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지난해 각종 재해로 생산량이 줄어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럼에도 수입쌀을 들여올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국내 생산기반을 일거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면서 “정부는 조정제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감축실적에 따라 공공비축미 배정물량을 조정하겠다는, 여전히 강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방적 졸속농정” 이라고 반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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