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워싱턴 퍼레이드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들어올려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
농정당국 대책 촉구 한목소리
쌀 의무수입량 재협상 요구도
농민신문 양석훈·지유리 기자 2025. 2. 20
미국 새 행정부 출범으로 국제 통상 환경이 요동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머지않아 우리 농업에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이 이르면 4월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과 관련,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월령 제한 등 ‘비관세 장벽’ 규제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통상 환경이 국내 농업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농정당국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모두로부터 나왔다.
이날 농해수위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소관 부처·기관으로부터 올해 업무보고를 받고 이에 대해 질의했다.
회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우리 농정당국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였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미국이 최근 모든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각국의 비관세 장벽도 (관세로) 고려하겠다고 밝혀 우리 농업도 (새 협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농식품부가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지만 이런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역대 최고 성과를 낸 케이푸드(K-Food·한국식품) 수출도 올해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등으로 성적 부진이 우려된다”면서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여야는 시장 개방 과정에서 강요받은 우리 농업의 희생이 또다시 되풀이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갑)은 “최근 미국산 에너지와 농수산물 수입 확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통상당국에서 들린다”면서 “우리 농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농식품부가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은 “현재도 우리가 수입하는 농식품 중 미국산이 가장 많다”면서 “우리가 미국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등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식품 총수입액은 427억2000만달러였으며, 미국산은 95억9000만달러어치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식품 총수출액(97억9000만달러)과 맞먹는 수치다.
논의는 의무수입 쌀 물량 재협상을 검토하자는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앞세워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질서를 흔드는 가운데, 우리도 기존 통상 협상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출범한 WTO에 참여하면서 회원국의 모든 농산물에 대해 시장을 열어야 했지만, 특별품목인 쌀만큼은 개방하지 않는 대신 일정 물량을 매년 저율관세로 수입하는 관세화 유예 협상을 했다.
쌀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우리가 의무수입을 하는 쌀은 해마다 40만8700t으로, 이는 기준연도(1988∼1990년) 국내 소비량(연간 약 544만t)의 7.9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소비량인 392만t에 7.96%를 적용할 경우 의무수입 쌀 물량이 10만t 정도 줄어든다”면서 “미국 등 각국의 대외무역정책이 바뀌는 가운데 우리가 의무수입 쌀 물량의 기준연도를 조정해달라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 측 요구만 가지고서는 협상이 성립될 수 없다”면서 “(상대방이 우리 요구에 상응하는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 모르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