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식량안보·건강지킴이’ 등
한때 강력했던 농산물 콘셉트 힘 잃어가
''저속노화'' 등 새로운 콘셉트 고민해야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양석준 상명대 교수 2025. 2. 18
스타벅스는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스타벅스 커피가 특별히 맛있어서일까? 사실, 커피 맛을 정확히 구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저가 커피 브랜드를 제쳐두고 많은 소비자가 스타벅스를 선택한다. 왜 그럴까?
스타벅스의 핵심 전략은 ‘제3의 장소(The Third Place)’라는 개념이다. 스타벅스는 좋은 원두를 사용해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커피가 아니다. 그렇다면 ‘제3의 장소’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현대 소비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직장과 집을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직장도, 집도 완전히 편안한 공간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집에서는 가족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 스타벅스 창업자는 이 점을 간파했다. 사람들에게 직장도, 집도 아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넓은 거실 같은 매장을 만들었다. 지나치게 친절한 직원도, 과하게 밝은 조명도 없다. 음악도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흐른다. 이렇게 해서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 소비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제공했다. 그 결과, 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스타벅스에서 편하게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혹은 노트북으로 작업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비싼 커피 가격에도 불구하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농대를 졸업한 후 마케팅을 공부하러 경영대로 갔었다. 10년간 마케팅을 공부하고 다시 농업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이 있다. 농산물의 품질이 가격과 수요를 결정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마치 ‘커피 원두의 품질과 바리스타의 능력이 카페의 가격과 수요를 결정한다’는 주장과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는 제품 자체가 아닌 제품의 ‘콘셉트’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식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사실 우리 농산물도 한때 강력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신토불이’, ‘환경 지킴이’, ‘식량 안보’, ‘건강 지킴이’ 같은 구호가 소비자들에게 국산 농산물을 선택할 이유를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자 동향을 보면 이러한 콘셉트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신토불이’라는 개념은 희미해졌고,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나 식량 안보보다 당장의 가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국산 농산물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도 소비자들이 정확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2025년 소비자들의 신선식품 구매 행태 관련 조사를 살펴보면,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신선도가 생명인 우유조차 수입산 소비량이 매년 30%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2025년 들어 우리농산물이 마케팅적인 시각에서는 위기임을 뜻한다. 다시 한 번 우리 농산물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왜 기존 콘셉트가 잘 통하지 않게 되었을까? 첫째,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보호’ 같은 메시지가 개인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게 되었다. 둘째, 최근 1~2인 가구는 식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건강을 위해 국산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최근 떠오르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있다. 바로 ‘저속 노화(Slow Aging)’ 개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가 50~60대가 아니라 30대라는 것이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30대는 늙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덜 섭취하고, 잡곡밥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며, 운동을 통해 20대 같은 신체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저속 노화’는 단순한 ‘건강’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 농산물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콘셉트 후보로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의 급격한 환경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2025년도 소비자 트렌드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콘셉트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점임을 알려주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명확한 콘셉트를 재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우리 농산물 마케팅을 다시 한 번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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