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 정책을 공식화했다. 비관세 조치까지 고려해 관세를 조정하기로 하면서 농업분야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13일(현지시각)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상호 관세 계획’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도 상호 관세 대상국으로 거론됐다.
상호 관세란 교역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공산품 대부분의 실효 세율이 0%대다. 그러나 협정 체결 당시 농업 보호를 위해 감귤·배·대두 등 일부 신선농산물을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관세 장기 철폐 또는 무관세 쿼터 등을 적용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호 관세에 따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농산물에 관세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비관세 장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개별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상품을 배제하는 비관세 장벽이나 유럽연합(EU)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세금 등은 관세율에 반영될 것이며, 이러한 장벽이 표준 관세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비관세 장벽이란 상품에 직접 매기는 세금 외에 정부가 무역에서 자국 상품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운용하는 규제를 말한다. 기술 장벽,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 정부 보조금, 환율 정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4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의 복잡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절차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 ▲사과·체리·블루베리 등 과일류 검역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언급했다. 이번 상호 관세 정책에 따라 향후 미국이 이런 규제를 풀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미국의 엄포에도 비관세 장벽이 당장 사라지거나 관세로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관세 장벽을 관세로 계산해 치환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고 미국이 관세를 확정해 내놓는다고 해도 논란이 클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업분야 통상 요건이 대폭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신선농산물에 대한 고관세가 현실화했을 때 대미 수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무엇인지 분석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수출품이 국내에 머물면서 수급·가격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비관세 장벽이 낮아졌을 때의 영향 등에 대해서도 분석해 우리의 대응 논리를 발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루트닉은 미국의 국가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상호관세 조치 권고안을 4월1일까지 작성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 측의 핵심 관심사항을 파악하고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 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농민신문] 日, 쌀 의무수입량 삭감 검토…국내는? 
[농민신문] “농업경영체 변동 생기면 변경등록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