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배추가 그간 관행을 깨고 상장경매를 시도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정부의 무분별한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정책으로 중국산 농산물이 범람한 가운데 김치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중국산 배추를 가락시장에서 상장경매하는 것이 옳은 처사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저녁 중국산 배추 2파레트가 수입대파 차량에 적재돼 가락시장 경매장에 상장경매 반입을 시도했지만 배추 출하주들의 반발 등으로 수탁되지 못했다.
이에 배추를 수입했던 업자들은 마땅한 출하처를 찾지 못하자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의 수탁의 거부금지 조항을 근거로 따지고 들었다.
결국 수입배추에 대한 상장경매는 진행됐고 지난 10~14일까지 총 35톤이 가락시장에서 거래됐다.
농업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중국산 배추가 상장경매로 거래된다면 국산 배추 시세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입당근, 수입대파 등 사례를 통해 국산 농산물이 맥을 추지 못하는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물가안정정책을 핑계로 무차별적으로 농산물 수입하는 정책으로 인해 버티지 못한 농가들이 스스로 농업을 포기하거나 타품목으로 전환해 수급불균형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면서 “결국 농업을 말살시키는 주역들이 대한민국 농업인들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 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급격한 소비 둔화로 부족해진 물량에도 불구하고 배추값은 소폭 상승한데 그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배추 수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수입 배추를 가락시장에 상장경매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이는 묵과할 수 없는 사태로, 농가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정부가 배추값 안정화를 목적으로 수입하더라도 국산 배추와 비슷한 품질의 배추를 수입해야 하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배추를 수입해서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상장경매에 나온 중국산 배추는 포기당 2.5kg내외로 국산 김장배추 3.5~4kg에 비해 품질이 크게 떨어져 경매가는 7~8천원 수준으로, 국산 배추시세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유통법인중앙연합회 이광형 사무총장은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31만1,570톤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김치가 필요한 구매처에서 수입으로 조절하고 있는 실정” 이라면서 “배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수입하는 것도 지탄받을 일인데 가락시장으로 상장경매를 추진하는 농식품부는 어느 나라 부처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수입배추의 상장경매 거래는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추후 또다시 상장경매에 나선다면 재배농가와 유통인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고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에 나서 책임을 물을 방침” 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송미령 장관은 지난 6일 충남 예산군을 찾아 봄 배추 생육 상황을 점검하며 “정부 비축과 민간 저장 물량의 시장 공급을 확대하고 할당관세 적용 등을 통해 수급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오는 4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봄배추와 무의 공급량을 늘리고자 봄 작형 재배 면적 확대를 지원한다. 농협을 통해 봄배추와 무 계약재배 물량을 작년보다 20∼30% 확대하고 계약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확대 물량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매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