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광배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총무가 지난해에 수확해 보관하고 있는 수박 씨앗. 수확기에 개별 농가가 자가 채종해 이듬해 사용한다.
‘무등산 수박’ 명맥 끊길 위기
노하우 의존…수량 들쑥날쑥
기후변화에도 종자 개량 미흡
재배기술 개발에 장기 투자를
농민신문 광주=장재혁 기자 2025. 2. 17
“이대로라면 10년 뒤엔 없어진다고 봐야죠….”
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동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대표 김영기)에서 만난 문광배 총무(52)는 재배농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총무는 16년 전 아버지의 뒤를 이어 1818㎡(550평) 규모로 무등산 수박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한창 농사를 짓던 30년 전만 해도 40여농가가 무등산 700m 지점까지 농사를 지었다”며 “무등산국립공원 지정으로 재배지가 300m 지점으로 한정되고 고령화로 농가수도 줄면서 내 뒤로 새롭게 농사를 시작한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이신 분들이 농사를 그만두면 계속 이어가기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무등산 수박은 일반 수박과 달리 검은 줄무늬가 없는 진녹색 껍질을 가졌다. 특유의 향과 단맛 때문에 오랜 기간 인기를 끌었다. 특히 큰 것은 무게가 20㎏에 달하는 등 일반 수박보다 2∼3배 큰 크기로 유명하다. 특품으로 분류되는 14㎏ 이상 수박은 개당 15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는데, 주로 선물용으로 소비된다.
문 총무는 “선물용 수요가 끊이지 않아 과거 연간 3000∼4000통씩 생산할 때도 판매엔 어려움이 없었다”며 “여름이면 전국에서 주문이 오는데 2022년엔 장마로 수확량이 1500통 정도 줄어 주문을 못 맞출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인기가 많아도 농가수가 감소세인 것은 재배하기 어려워서다. 김영기 대표는 “우수농가의 경우 착과율이 70% 정도고, 보통은 50%도 안된다”며 “이마저도 열매가 한창 클 여름에 장마가 길어져 햇빛을 못 받으면 시들고, 이후 갑자기 날이 뜨거워지면 열매가 터져 수확 때는 30∼40%도 건지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년 사이 이상기후로 흐린 날이 많아지며 농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체계화된 재배기술이 없고 개개인의 노하우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무등산 수박은 종자가 개량되지 않아 개별 농가가 자가 채종한 씨를 심는다. 수확한 씨를 건조시켜 보관한 뒤 이듬해 물에 담가 발아시키는 식이다. 2019년 광주광역시·전남대학교 등이 병해충·기후변화에 강한 종자 개량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관수나 비료 살포도 정해진 매뉴얼이 없고 개인의 판단에 의존한다. 농가마다 수확량이 들쑥날쑥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배지가 무등산에 한정되면서 연작 피해도 늘었다. 과거 지형 조건이 비슷한 강원·경북 일원에서 재배를 시도했으나 매번 성공하지 못했다.
광주광역시는 지역 대표 특산품인 무등산 수박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무등산 수박 육성을 위한 2025∼2027년 3개년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시설 개선 등의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무등산 수박의 명맥을 잇기 위해선 종자와 재배기술 개발에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총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농가들을 위해 출하지원금 등을 지급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명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단기적인 지원 말고 10년 이상 종자 개량과 재배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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