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늘고 소비부진…시세 예년 못미쳐
배추·무, 출하량 계속 늘어 가격반등 힘들 듯
마늘, 소폭 오름세…건고추는 수요 늘지 않아
쪽파·대파 등도 약세…생강은 작년보다 안정
김장철로 접어들면서 배추·무·마늘·건고추 등의 출하가 점차 늘고 있다. 올 김장철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13일) 이후 처음 맞는 주말인 15일부터 30일 사이에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소비지 매장들은 벌써부터 각종 김장채소류 판촉 행사를 벌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렇지만 김장채소류 재배농민들은 우울하다. 공급량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김장채소류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장 한포기만 더 하자’와 같은 소비자들의 다짐과 실천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김장철을 맞아 주요 채소류의 거래·가격 동향을 서울 가락시장과 산지 공판장 중심으로 점검해 봤다.
◆배추·무=배추는 최근 가락시장 하루 반입량이 5t 화물차 기준으로 100대 안팎에 이르고 있다. 이달 말경엔 200대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출하지역은 강원(전체 출하량의 35%), 경북(〃 20%)·충남(〃 20%), 경기, 전남 등 전국에 걸쳐 있다. 가격은 10월 말부터 상품 기준 10㎏들이 한망(3포기)당 3200원 안팎의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매기는 수도권 김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5~16일을 기점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김장배추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돼 가격 상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은 “날씨가 예년에 비해 포근한데다 배추가격이 약세라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시세는 엄청난 김장 수요에도 불구하고 현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무는 최근 들어 김장용으로 선호도가 높은 다발무와 일반 소비용 박스 무가 함께 가락시장에 반입되면서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다발무는 주산지인 전북 고창·부안, 충남 당진·태안, 전남 영광 등 전국에서 출하되고 있다. 이들 지역산 다발무가 가락시장 전체 반입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충남 당진, 경기 평택, 강원 지역산 박스 무가 가세해 가락시장 무 반입량은 5t 화물차 기준으로 하루 100~120대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부진으로 10일엔 가락시장 반입량의 10%가량이 경매에서 유찰돼 시장 안에 쌓여 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무 가격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다발무 5t 화물차 한대(약 12t)당 상품은 250만~270만원, 중품은 100만원대 중후반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10% 이상 낮다. 공급량 증가와 소비부진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시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늘·건고추=마늘은 김장채소류 중에선 그나마 시세가 나오는 편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난지형 마늘의 도매시세는 6월 1㎏당 2777원에서 7월 3326원, 8월 3367원, 9월 3340원, 10월 3394원으로 소폭이나마 꾸준히 올랐다. 이는 바닥세였던 지난해보다는 300~600원 높은 가격이지만 평년 시세를 겨우 유지하는 정도다. 오상균 농협 청과사업단 조미채소팀장은 “현재 마늘 산지시세는 상품 기준으로 <대서>종은 1㎏당 2200~2300원 선, <남도>종은 2500~2600원 선인데, 본격적인 김장철로 접어들면 현재 시세 이상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늘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소매매장에서 피마늘과 깐마늘이 절반씩 유통됐지만 최근엔 깐마늘이 60% 이상 거래되고 있다. 깐마늘은 현재 1㎏당 3500~4000원 선에서 산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건고추는 올 생산량이 지난해와 견줘 무려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11월 평균 산지가격은 전달과 비슷한 6000~6300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경북 안동 서안동농협 농산물고추공판장에서 11일 화건 기준 상품 한근(600g)이 평균 6100원에 거래됐다. 특품은 6550원, 보통은 5450원이었다. 김현수 서안동농협 경매사는 “김장철이 본격 도래한다고 해도 건고추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아 가격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김장용 건고추는 소비 특성상 1년에 한번 구입하는데, 가정 수요 중 상당량은 추석 전후인 9월에 구매를 이미 끝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김 경매사의 설명이다. 공급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시세가 오르지 않는 것은 건고추와 고춧가루 시장이 외국산 점령 등으로 왜곡돼 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쪽파·대파·양파·생강〓김장철에 수요가 집중되는 쪽파는 현재 충남 아산·서천·예산 지역에서 주 출하되고 있고, 충남 보령과 제주 지역에서도 일부 나오고 있다. 가락시장 하루 반입량은 6000상자(10㎏ 기준) 안팎으로 김장철 성출하기 수준(7000상자)에 예년보다 일찍 근접하고 있다. 최근 전국에 내린 비로 웃자라자 상품성 하락을 우려, 출하를 서두르는 농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가격은 상품 10㎏들이 한상자당 흙쪽파는 1만3000원 선, 깐쪽파는 2만7000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각각 1만원 정도 낮다. 배효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출하가 다소 빨라진 까닭에 일시적으로 공백이 생길 경우 시세가 예상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해 현 시세 대비 1.5배 이상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파는 강원 평창·철원과 경기 지역에서 주로 출하되고 있다. 가격은 가락시장에서 상품 1㎏들이 한단당 750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때의 65%, 평년의 53% 수준이다. 대파 역시 공급량이 많아 한파 등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한 시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파는 최근 들어 시장 출하량이 늘고 있지만 다른 양념채소류에 비해 김장철 소비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양파는 상품 1㎏당 500원대 초중반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말을 맞아 회식 수요가 늘어날 때까지는 부진한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다.
생강은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소비지 판매가 활기를 띠며 120g들이 소포장이 900원대에 거래되는 등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재희·김소영·이성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