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이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 있는 양배추농장에서 수확 트럭에 멈춤 지시를 하고 있다. 마치 정부에 “농산물 할당관세 정책을 멈추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양배추·배추·무·당근 등 대상
전남·제주 출하 시기에 ‘찬물’
이상기후에 상품·생산량 줄어
시세 혜택 못보고 수입 피해만
농민신문 제주·서귀포=심재웅, 무안=이시내 기자 2025. 2. 16
정부가 1월 국산 농산물 공급 부족문제 해소와 생활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긴급 할당관세 추가 운용을 결정한 가운데 겨울채소 주산지인 전남·제주 지역 농가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생육기에 이상기후가 나타나 상품 비율이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든 상황에서 시세가 평년보다 높다는 이유로 수입에 나선 물가당국이 야속할 뿐이다.
할당관세는 특정 품목에 대해 일정 기간 관세를 없애거나 기존 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중순 ‘농축산물 무역 정책 심의회’를 거쳐 종전 운용하던 할당관세의 품목·물량·기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이를 시행 중이다.
이 조치로 양배추와 배추는 각각 7500t과 1만t 규모로 신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품목이던 무는 물량이 8000t에서 1만2000t이 추가됐고, 당근은 1만5000t에서 3만5000t으로 늘었다. 이들의 할당관세 적용 기간은 4월말까지다.
신규 품목과 물량·기간 확대 대상에 전남과 제주에서 출하가 한창인 겨울채소가 대부분 포함돼 해당 농가의 우려가 특히 크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과잉생산과 시세 하락으로 농가가 시름할 땐 지원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반대 상황에선 서둘러 수입에 나서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도내 양배추는 이달부터 출하되는 중만생종의 작황이 나쁘지 않고, 전남에서도 출하가 시작돼 공급량이 늘면 금세 가격이 안정될텐데 성급하게 할당관세 품목에 포함시켰다”고 꼬집었다.
민태홍 배추생산자협회장은 “배추값이 좋다 보니 봄배추 재배가 흔치 않은 전남 해남에서도 5∼6월 출하용을 계약재배 하기 시작했다”며 “3∼4월 단경기만 잘 관리한다면 이후엔 봄배추 출하가 시작돼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섣부른 수입은 농가의 생산 기반만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수급불안을 반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에 의존하는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높은 시세와 달리 농가수익은 기대만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서 겨울무를 재배하는 양만길씨(65)는 “농가들은 이상기후로 울상인데 수입만으로 해결하려는 물가당국의 태도가 아쉽다”며 “수입 정책은 농민이 아니라 일부 수입업자만 배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근 재배농민 김흥섭씨(65·제주시 구좌읍 행원리)도 “겨울채소 시세가 높다지만 정작 농가가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다”며 “90%는 돼야 하는 상품 비율이 지난해 여름 발생한 폭염과 가뭄 탓에 50%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1만7851㎡(5400평) 규모로 양배추농사를 짓는 장민수씨(67)는 “이미 밭떼기를 마친 상태이기에 당장 할당관세가 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661㎡(200평) 기준 생산비가 60만∼70만원으로 농가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입 정책이 농사 지속가능성과 자급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당관세로 수급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국산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회장은 “할당관세로 세수 손실을 감내할 게 아니라 그만큼의 예산을 차라리 국내산 공급 할인과 출하 장려사업 등에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제주도 관계자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갑)은 이런 농가 의견을 수렴해 최근 농식품부에 긴급 할당관세 운용 재고를 건의했지만, 농식품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달초 농협유통 서울 양재점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배추·무·양배추·당근을 콕 집어 “할당관세를 활용해 민간의 수입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해 농가에 큰 실망을 안겼다.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제주도는 농식품부와 협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김형은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도내 주요 겨울채소 공급과 시세 변동 추이를 농식품부와 적극적으로 공유해 할당관세 축소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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