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농사만 지어서 어떻게 먹고사나요. 농외소득을 1억원까지는 인정해줘야 합니다.” “수천만원 농외소득을 올리는 사람을 농민으로 볼 수 있습니까? 기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가짜 농민이 더 판칠 겁니다.”
공익직불금 등에 적용하는 농외소득 기준 상향이 기정사실화됐다. 관심은 이를 얼마나 높일지로 향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에서 연간 농외소득이 3700만원 이상이면 기본형 공익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요건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번째 계획안 심의 일정을 3월 상순께로 잡고 있다. 계획이 올해부터 적용돼야 하는 만큼 일각에선 심의가 곧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한다. 이 경우 농외소득 기준 상향 방침이 법정계획으로서 공식화된다.
이 기준은 2009년 직불금이 고소득의 다른 직종에 지급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한번도 바뀌지 않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업화·규모화된 농가를 육성한다는 농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기준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소득이 높은 농가일수록 농외소득이 높을 확률이 크고, 상업화·규모화된 농가일수록 생산 외 활동으로 다각화하는 경향이 강한데 현재 농외소득 기준으론 이런 농가가 정책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향 수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 농식품부는 ‘맞벌이 외 가구소득’을 고려해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맞벌이 외 가구소득 평균은 약 4500만원이다.
국회에서도 법안으로 여러 의견이 제출됐다. 여당에선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농식품부 구상과 같은 내용으로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야당에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농외소득 기준을 5000만원 이상 범위에서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밖에서도 논의는 뜨겁다.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이 기준을 4800만원으로 높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제안한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4800만원은 2인가구 도시 근로자 연평균 소득의 75% 수준으로, 농가가 이 정도 농외소득을 버는 것은 인정해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금액을 못 박는 대신 일정 비율을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장 소장은 “어떤 기준을 새로 잡아도 시간이 지나면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도시 근로자 평균 가구소득의 50% 정도를 농외소득 기준으로 삼는 걸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이처럼 비율로 정하는 법안을 송옥주 민주당 의원(경기 화성갑)이 발의한 상태다. 농외소득 기준을 전국 평균 가구소득의 65% 이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뼈대다.
현재는 농외소득 기준이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농식품부는 이를 법으로 상향 규정할지, 기준을 얼마나 높일지 등의 논의가 법안 심사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상향 시점도 주목된다. 이 기준은 직불금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제 혜택 대상을 판단하는 데도 적용된다. 세제 혜택 기준을 바꾸려면 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통상 기획재정부가 4월까지 각 부처로부터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제출받아 이를 7월말에 일괄 발표한다. 농외소득 상향 논의가 빨리 진행되면 내년부터 양도세 감면 등 혜택을 받는 농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외소득 기준 상향 방침을 담은 기본계획과 구체적 상향 수준을 논의할 법안 심사에 속도가 붙어 많은 농가에 직불금 등 혜택이 돌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민신문] 유통업계, 실질적 기후변화 대응 나선다 
[농민신문] 후계농 육성자금 추가 배정, 지자체별 기준 달라 ‘혼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