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배정을 받지 못한 청년농을 구제하기로 했다. 새로 확보한 예산을 바탕으로 추가 배정에 나서는 한편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청년농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가 배정 과정에서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지침이 달리 적용되는 등 잡음이 흘러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부터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추가 배정을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군·구 지자체들은 추가 배정 대상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출 가능 기한 등을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정책자금 대출이 막혀 청년농들에게 피해가 잇따르자 1월17일 관련 예산 4500억원(대출액 기준)을 확보해 육성자금을 추가 배정하고 있다. 청년농의 의견 수렴을 거쳐 세운 방침에 따라 올해 신청에서 탈락한 기계약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기계약자는 1순위와 2순위로 나뉜다. 1순위는 2025년 상반기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접수 기한이었던 지난해 12월9일을 기준으로 계약서와 계약금 이체 내역이 있는 청년농이고, 2순위는 올 1월17일 기준 계약서와 계약금 이체 내역이 있는 청년농이다. 다만 하우스 등 시설 설치는 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담당자가 시설 등을 확인하면 계약을 인정해주도록 했다.
농식품부가 파악한 추가 배정 대상자는 약 750명이고, 지원규모는 1620억원 수준이다. 특히 논란이 됐던 배정 방식과 관련해선 2024년 신청한 청년농까지는 기존과 같이 상시 배정 방식으로 지원해 혼란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당장 영농자금이 필요했던 청년농들의 경우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지자체가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계약자 기준을 달리 설정하거나 담당자 실수로 육성자금 신청액이 변경된 경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농식품부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북에서 염소농장을 운영하는 청년농 최모씨는 “농식품부는 계약서가 없으면 현장 시설 확인을 통해 계약을 인정해준다고 했는데, 지자체에선 계약서와 이체 내역서가 없으면 신청조차 할 수 없게 한다”며 “구두 계약으로 농장시설을 설치한 터라 현재 추가 배정 신청을 못한 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다솜 청년농 육성자금 배정운영 비상대책위원장은 “담당자 실수로 육성자금이 계약서 금액과 다르게 신청되는 등 혼란이 크다”며 “정부 방침을 달리 해석할 수 없도록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안에 추가 확보 예산으로 나머지 2880억원 대출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청년농육성정책팀 관계자는 “이번 추가 배정에서 1순위와 2순위에 들지 못한 신청자들도 육성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집행할 방침”이라며 “구두 계약 등으로 증빙이 어려운 청년농들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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