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 철저히 파악…근절대책 서둘러야”
불법판쳐 도매시장 기능 저하·경락값 왜곡
특수관계자 이용한 판매 규제근거 마련을
공영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의 불법·편법 장외거래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가 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대책 마련 회의를 개최했다. 농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을 비롯해 농민단체·도매법인·중도매인 관계자, 공영도매시장 개설자, 법률 전문가 등 15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들은 중도매인들의 장외거래 현황·문제점·개선 방안 등에 대해 중점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우선 불법·편법 장외거래가 낳고 있는 폐단에 대해 한목소리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 가락시장 서울청과㈜의 강석근 상무는 “중도매인 장외거래가 확산되면서 경매장 내 출하 농산물에 대한 가격 경쟁 구도가 흐트러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도매시장 기능이 저하되고 경매제도가 무능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리농수산물공사 이승호 유통관리부장도 “각 품목의 성출하기에 장외거래가 더욱 만연하면서, 도매가격이 왜곡되고 물량측면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출하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회의에선 장외거래를 근절시키기 위한 대책도 논의됐다. 가락시장 ㈜중앙청과의 신영완 상무는 “중도매인이 도매시장 외의 장소에서 거래를 할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도록 농안법을 보완해야 한다”며 “특히 중도매인이 가족 등 특수관계자를 통해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새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신장식 농산팀장은 “중도매인 장외거래는 대부분 별도의 명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장외거래 입증은 물론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장외거래 업체의 매입·매출·사업자등록정보 자료를 국세청과 공유하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사실상 중도매인과 동일인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소의 강정현 실장은 “장외거래는 기본적으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농가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중도매인 장외거래 실태부터 면밀히 파악한 후, 법개정 등을 통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도매인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공영도매시장의 시설 미비 등이 장외거래를 불러온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시설 보완을 요구했다.
나용원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대형 유통업체나 큰 식당에선 농산물 공급자가 해썹(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시설을 갖췄는지를 기본으로 확인하는데, 이들과 거래하려면 도매시장 밖에 작업장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공영도매시장 안에 haccp 조건을 갖춘 소포장·전처리 시설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재욱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중도매인들의 장외거래는 물량 확보의 어려움이나 불충분한 시설 등 원인에 따라 유형 역시 다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장외거래를 유형별로 나눈 뒤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규제와 함께 공영도매시장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유인책 등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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