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설현대화 1단계 마무리되지만 상인들 입점 거부
서울시공사 시장도매인제 도입 밀어붙이기에 갈등 심화
수산부류는 2~3단계 현대화 거부, 리모델링 주장 ‘혼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지표가 되는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 과정에서 혼란이 증폭되는 한편 유통주체간 이기주의도 팽배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유통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가락시장의 이 같은 문제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 생태계 조성’이라는 유통정책 목표에 암적인 존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락시장에서는 시설현대화와 거래제도 다변화(시장도매인제 도입)가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총 3035억원이 투입된 시설현대화사업 1단계 공사는 내년 상반기 중 완공하고 6월에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시설에는 직판상가과 식품종합상가 등이 입주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입주 대상 상인들은 현재 이전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새로 지어진 1단계 시설이 현재의 점포보다 영업환경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용할 수 있는 영업면적이 축소된 데다 현행 1층에 모두 배치돼 있는 점포가 3개 층으로 분산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전동차 보관시설 및 수직물류의 비효율성, 1000여개의 개별사업자 영업활동에 부적합한 건축물 등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락시장 직판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시설현대화 1단계 시설은 현재보다 악화된 영업환경이 예상되는데다 임대료 또한 대폭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며 “더구나 시설과 점포 자체가 우리의 영업형태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입주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직판상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1단계 시설의 정상적인 개장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직판상인들의 집단 해동이 장기화될 경우 2~3단계 사업 또한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큰 반발을 사고 있지만 그럼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서울시공사는 농안법에 시장도매인제 도입 조항이 규정돼 있고, 서울시의 도매시장조례에서도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조항이 개정된 상황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가락시장의 대다수 출하자와 관련 전문가 등은 가락시장이 우리나라 농산물유통의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상장매매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공사가 시설현대화를 통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는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공영도매시장의 기본 취지와 목표를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산부류에서는 가락시장 2~3단계 시설현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나선 상황. 현재의 노후화된 건축물의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시설현대화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게 되면 결국 가락시장이 침체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락시장 곳곳에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체계적인 시장관리 기능이 퇴보하는 양상을 보이며 공사가 직접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유통업자로 되는 경향을 보이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락시장 각 유통주체들 또한 시설현대화에서 저마다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어 시설현대화 사업 취지가 무색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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