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농업협동조합신문 2월 12일자 ‘에토 농림수산상, MMA 쌀 수입물량 재검토 협상 포기하지 말고 노력’이란 제하의 보도기사. 온라인 신문 캡처.
연 77만톤 MMA 물량 두고
“쌀 소비량 줄어 유지 곤란”
일 농림수산상 논의 공식화
우리는 40만8700톤 의무수입
연간 생산량의 11% 달해
WTO 규정만 내세우지 말고
물량 감축 전략 검토 나서야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2. 14
WTO 협정으로 매년 77만톤 가량의 MMA(최소시장접근)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일본 당국이 MMA 수입 물량 재검토 협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의무 수입쌀 과다로 일본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도 ‘WTO 규정상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쌀 의무수입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협상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농업협동조합신문(農業協同組合新聞)>의 2월 12일자 ‘에토 농림수산상, MMA 쌀 수입물량 재검토 협상 포기하지 말고 노력’이란 제하의 보도에 따르면 에토 타쿠 농림수산상(장관)은 “재정 부담과 더불어 (WTO 협정 당시) 기준이 되는 쌀 소비량이 바뀐 가운데 77만톤의 MMA 물량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국민 이해를 얻는 것이 지극히 곤란해지고 있다고 각국에 알리고 있다. 앞으로 모든 기회를 잡고 (재협정)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77만톤 MMA 물량 기준이 됐던 1986~1988년엔 연간 평균 쌀 소비량이 1065만톤이었던 반면 최근엔 700만톤으로 34% 정도 줄어 MMA 물량이 전체 소비량의 11%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일본 농림수산성은 근거로 제시했다.
국내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WTO 협정 당시 MMA 물량 기준 설정이 됐던 1988~1990년 3년간 연간 쌀 소비량이 평균 555만2000여톤이었지만 2024년엔 288만7000여톤(1인당 쌀 소비량 55.8kg×총인구수)으로 48%가량 급감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국내 쌀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농민들의 책임이 아니라 연간 국내 생산량의 11%에 달하는 40만8700톤이 의무수입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재협상을 통해 수입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반면 정부는 재협상 시 이해당사국의 동의를 받기 어렵고, 자칫 쌀 관세율 513%가 하향될 수 있다는 점, 수입쌀은 대부분 가공용으로 쓰이므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재협상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쌀 재협상 선언이 나오면서 우리도 이를 주시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미국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관세 폭탄 조치를 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농민에게 보조금을 줘야 한다’,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할 땐 WTO 규정에 어긋난다고 하는 정부와 언론이 왜 지금은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는 못 할망정 트럼프 정권의 관세 폭탄에 대해 적어도 재협상 카드로 MMA 물량 감축을 활용할 수도 있고 일본은 이와 같은 선제적 조치를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사례를 유심히 살펴보되 신중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는 일단 립서비스적인 면과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된 것 같다. 더욱이 MMA 물량을 감축하더라도 다른 농산물 품목 확대 개방이나 쌀 전체 관세율 인하를 상대국에서 요청할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일본 행보를 유심히 살펴보며 우리도 당장 목소리는 내지 않더라도 분석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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