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국산 감귤류값 오르자
美 오렌지 할당관세 업고 부상
대형마트, 올 해외 직매입 확대
국내 과일 주산지 피해 우려
노민신문 김인경 기자 2025. 2. 13
미국산 오렌지 등 수입 과일이 3월 국내에 대거 반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작황이 호조를 보인 데다 우리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등 정책적 혜택을 등에 업으면서다. 봄철 국내 과일·채소류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최근 서울 가락시장에선 수입 과일 취급 유통인들이 부쩍 바빠졌다. 국내 대설·한파로 감귤·만감류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 오렌지로 눈을 돌리는 소매업체들이 적지 않아서다. 안용덕 동화청과 이사는 “갑작스러운 폭설과 강추위로 국산 감귤류값이 들썩이자 수입 오렌지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특히 주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돼 경도·당도가 높은 고품질 물량이 대거 한국으로 수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자체 할인전을 기획하는 등 수입 과일 취급 채비에 속속 돌입했다. 업계에선 미국산 오렌지를 한개당 800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가 조만간 대형마트를 휩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입 오렌지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해외 직매입 물량을 전년 대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미국산 감귤(만다린)과 ‘카라카라’ 오렌지를 3∼4월 확대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외국 산지와 연간 계약을 통해 바나나는 한송이당 1990원에 판매하고 있고, 망고·체리·블루베리에 대해서도 외국 현지 도매물량을 적극 확보해 국내 매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도 수입 과일에 길을 터주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1월초 내놓은 ‘2025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오렌지·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수입 과일 10종에 추가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표현찬 서울청과 부장은 “정부가 2월말까지 오렌지 1만t에 할당관세를 적용, 관세가 종전 50%에서 20%로 내려가면서 수입량이 크게 늘었다”면서 “작황이 굉장히 좋은 미국 현지에서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한국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월 ‘농업전망 2025’를 통해 “할당관세 추가 적용 영향으로 올해 주요 과일 수입량이 2024년(76만5000t)보다 6.8% 증가한 81만7000t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손우영 농경연 연구원은 “바나나·파인애플·망고 등 열대과일 수입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54만7000t, 오렌지·레몬·자몽 등 감귤류 수입량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15만8000t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과일·채소류 산지엔 위기감이 고조된다. 강도수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장(경북 성주 월항농협 조합장)은 “참외가 출하되고 있지만 극심한 경기 침체로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오렌지·포도·망고 등 수입 과일이 물밀듯 들어온다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성익 제주감귤연합회장(제주 서귀포 효돈농협 조합장)은 “미 캘리포니아 썬키스트사에서는 프리미엄 만감류로 ‘수모 시트러스’라는 한라봉 유사 품종을 대량 재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오렌지·만다린 공세에 이어 만감류 유사 품종까지 대거 들어온다면 국내 주산지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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