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구동성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의 필요성을 외치지만 각론에선 이견이 남아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결실을 보지 못하면 향후 다가올지 모르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선 추경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 무기질비료 등 경영비 지원사업에 추가 재정이 투입되길 희망하는 농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후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여야 국정 주도권 싸움의 중심에 추경이 놓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당초 ‘본예산 우선 집행 후 추경 검토’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을 내놨다.
앞서 10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30조원대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내수 긴급 수혈을 위한 추경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 내용과 방향에선 풀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지역화폐 등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 처리한 올해 예산도 원상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은 여야가 이견을 조율할 국정협의회로 향한다. 하지만 추경은 물론 이른바 ‘반도체특별법’의 처리와 연금개혁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협상은 난항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다음달부터는 정국이 요동치면서 국회가 정상 가동되지 못할 수 있어서다.
농업계도 애를 태운다. 여야 모두 농업분야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추경이 필요한 사업도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와 수급안정 ▲사료 구매자금 상환 유예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농식품바우처 등으로 큰 틀에서 의견이 모이는데, 관건은 시점이다.
특히 생산비 지원사업은 추경 시점이 늦어지면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땅이 녹기 시작하는 2월 중순부터 농가가 요소비료를 찾기 시작한다”면서 “추경이 늦어지면 비료 구매 등 영농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폐지 여파로 도축수수료 인상에 맞닥뜨린 축산농가도 조기 추경을 요구한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연초 도축수수료 인상으로 농가가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추경이 이뤄지면 올해 도축수수료 인상분(한마리당 약 3000원) 중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분(약 1400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계는 폐기된 ‘농업 4법’의 대안도 국정협의회에서 다뤄질지 주목한다. 정부가 이 자리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야당이 ‘양곡관리법’ 등 개정에 다시 한번 나서면서 여야가 지난한 입법 공방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달 중 법안 재발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우선은 정부 대안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농민신문] [무기질비료 사태] 당장 뿌려야 하는데…“추경에 비료지원 반드시 포함돼야” 
[농민신문] “아시아 식량부족 해소 기여”…농식품부·aT, 쌀 1만t 해외원조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