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올해 농식품 등의 유통 가격 결정을 앞두고 제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프랑스는 농업과 식품, 유통 부문의 거래 관계 균형을 위해 ‘에갈림(EGalim)법’을 시행하고 있다. 농민과 식품 제조업체의 공정한 수익 보장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생산비를 반영한 유통 가격 결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르몽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3월1일까지 가격 협상을 마쳐야 하지만 마감 시한을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현재까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식품산업협회(ANIA)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현재 협상의 약 40%가 여전히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라며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우선시하며 일반 제조업체들에는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상황 속에서 농식품 제조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와 벌이는 가격 협상에서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체는 4개의 대형 구매 연합으로 뭉친 반면 제조업체는 2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ANIA가 협상력 불균형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또한 일부 대형 유통업체 구매 연합이 ‘에갈림법’을 우회하기 위해 벨기에·스페인·네덜란드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협상을 추진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NIA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대형 다국적 제조업체들과 하는 협상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들과도 해외에서 가격협상을 시작했다”며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가 5%에서 두자릿수에 이르는 가격 인상을 요청한다고 하지만 실제 제조업체들은 2∼5%의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파스칼 르 브룬 프랑스 유제품 협동조합 회장도 현지 매체에 “생산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유제품 가격을 2∼4%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갈등이 향후에도 몇주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소비자를 확보해야 하는 유통업체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프랑스 소비자보호청은 1월말 프랑스유통업체연합(FCD)에 서한을 보내 “하나의 유통기업이 여러 구매 연합에 동시에 참여할 경우, 연합간 정보 교환이나 협조가 반경쟁적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갈등 중재에 나섰다.
이번 가격 협상 갈등은 농식품 가격을 두고 생산·제조와 유통 영역 간의 시각차를 선명히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에갈림법’ 적용을 강화하는 한편 유통업체 연합의 투명성을 높일 추가적인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보호·지원 방안 마련도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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