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주원료값 상승‧고환율 여파
“면세·할당관세 등 정부 지원 받아놓고 성급하단 지적도”
농민신문 권나연 기자 2025. 2. 9
올들어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이상기후로 일부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을 넘으며 수입단가가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업체들의 발빠른 제품 가격 인상은 정부 특별 지원을 수년째 받는 상황에서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코코아·커피 등을 사용하는 기업의 원가 부담 경감을 돕겠다는 취지로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등과 같은 세제·금융 지원을 수년째 시행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 2.2%를 웃돈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식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이 오르면 수입 가격이 올라 원가 압박이 커지게 된다. 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57원이다. 업계 예상치(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반)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대표적인 가격 인상 사례는 커피다. 폴바셋은 1월23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한잔당 200∼400원 올렸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1월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고, 같은날 할리스도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높이기로 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컴포즈커피는 이달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씩 올려 각각 1800원, 2800원에 판매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는 6일 기준 1ｔ당 8905달러(약 1288만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27% 올랐다.
빵‧과자‧음료 등 가격 인상 행렬도 이어졌다. 동아오츠카는 올 1월1일자로 포카리스웨트·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SPC 파리바게뜨는 이달 10일부터 빵 96종과 케이크 25종 가격을 평균 5.9% 인상한다.
롯데웰푸드도 이달 17일부터 초코 빼빼로를 2000원으로 200원 올리는 등 26종 가격을 평균 9.5% 높인다. 빙그레는 3월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리기로 했다.
외식 메뉴 가격도 올랐다. 버거킹은 1월24일 와퍼를 비롯해 일부 제품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2월3일 샐러드바 가격을 성인 이용료 기준 1800원 올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재 가격과 환율이 올랐고 유가도 급등했다”며 “식품업계 가격 인상은 이제 시작이고, 아마 거의 모든 업체가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업체들의 발빠른 가격 인상은 정부 지원이 수년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코코아·커피 등을 사용하는 기업의 원가 부담 경감을 돕기 위해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등과 같은 세제·금융 지원을 수년째 하고 있다.
커피·코코아 수입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하는 조치는 2022년 6월28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3년 6개월 이상 시행 중이다. 올해 코코아생두·커피농축액·설탕·오렌지농축액·토마토페이스트 등 13개에 대해선 할당관세를 적용 중이다. 이밖에 밀·코코아·커피·유지류 등 식품 소재 구입 자금을 4500억원 수준으로 이차보전해주는 지원책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식품업계와 만나 식품·외식산업 경영 환경과 관련한 현안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각 식품업체 관계자와 만나 현장 의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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